2023년 6월 29일 목요일

음악

 

두 주 전 일요일 밤에 집으로 오는 고속도로에서 이 앨범을 들었다. 이제 막 나온 새 앨범이었다. 전날 집에서 출발할 때 미리 다운로드해두었다가, 이틀 동안의 공연을 모두 마친 뒤에야 차분해진 기분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내 오래된 자동차는 내부 소음이 심해져서 중간부터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들으며 운전했다. 집까지 아직 이백여 킬로미터 남았었다. 어두운 도로의 차선을 응시하며 지레 피곤해있었다가, 다시 처음부터 앨범을 재생할 때엔 자동차 앞유리에 비치는 빛들이 모두 예쁘게 보이기 시작했고 나는 피로를 잠시 잊어버렸다.

여기에 있는 음악들은 명징하면서 평온하고, 정확한데 따뜻하다. 절묘하게 절제되어 있고, 아름답다. 이 음악인의 오랜 팬으로서, 이 음반을 들으면서 나는 이전에 그가 솔로로 내놓았던 One Quiet Night 이나 What's All 과 같은 앨범보다는 Bright Size Life 와 Watercolors 가 먼저 떠올랐다. 그 무렵 처음 들었던 할로바디 일렉트릭 기타의 조용한 분위기가 강하게 기억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로 겹쳐지고 잘 섞인 일렉트릭 기타 사운드와 리버브는 물론이고, 앨범 전체의 음향도 아주 좋았다. 24비트 96khz 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디지털 기술은 이런 때에 제 몫을 다 한다는 생각도 했다.

이 앨범은 그냥 시작부터 끝까지 한 시간 동안 듣고 있어야 좋지만, 나는 한 가운데에 있는 I Fall In Love Too Easily가 맨 처음에 좋아졌다. 빌 에반스의 앨범 Moon Beams 의 세번째 트랙은 짧으니, 이어서 들어보아도 좋겠다. 나머지 두 곡을 제외한 여섯 곡은 새로운 오리지널 넘버들이다.

무엇보다도 멜로디. 그리고 감정과 기억, 여백이 이 앨범을 빛나게 해준다. 그는 작년 투어 중에 잊고 있던 폴더에서 찾아낸 것들을 꺼내어 긴 시간을 들이지 않고 녹음했다고 했다. 아무렴 그렇겠지, 라고 생각했다. 툭 던지듯 연주했다고 해도 그것은 오십여년 동안 쉼 없이 연주해온 사람의 음악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