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3일 토요일

작은 공연.


토요일 낮, 삼청동 길엔 사람들이 많았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얼굴엔 마스크도 없었다. 그들은 표정이 밝아 보였다. 몇 시간 후 서울의 다른 길 위에선 시국 집회, 시위가 열릴 것이었다. 경복궁 주차장은 청와대 만남의 장소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있었다.
리허설을 마치고 편의점에서 산 음료를 손에 들고 길가를 걸어보았다. 해 저무는 길엔 바람이 불고 꽃잎이 날렸다.


일곱시 반에 연주를 시작했다. 그곳에 있는 이 암펙 B-15N 앰프의 소리가 참 좋았다. 나는 이 앰프를 늘 구경만 했다가 이번에 처음 써보았다.
연주는 두 시간. 시간이 주관적으로 흐르는 짧은 동안이 지나갔다.
깊은 밤이 되어 얇은 외투를 걸치고 주차장으로 걸어가며 어둡고 아무도 없는 거리를 쳐다봤다. 몇 시간 전 그곳처럼 여겨지지 않는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었다. 북악산을 다시 넘어서 달리는데 생각이 꼬리를 물고 머리 속을 어지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