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17일 토요일

창원에서 공연, 그리고

 


내 곁에서 자고 있던 아픈 고양이 이지를 데려가 혈당을 재려던 아내의 기척에 잠을 깨어버렸다. 다섯 시 사십분. 이지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 같았다.

세 시간 이십분을 자고, 일찌감치 창원으로 출발했다. 으레 다녔던 팔당대교 쪽으로 향하다가 내비게이션에 최소시간으로 경로를 재설정했더니 조안 톨게이트로 안내해줬다. 수도권 제2순환 고속도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달렸다. 도로정체가 없었어서 중간에 한 번 쉬고, 4시간 40분만에 창원 3.15 아트센터에 도착했다.

대기실 복도에 그동안 여기에서 공연했던 사람들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우리는 이곳에 13년 전 3월에 왔었다. 리더님의 사진에 날짜가 적혀있어서 그것을 보고 기억을 했다.

나는 다음 날 군산에서 친구들의 팀으로 다른 공연이 약속되어 있었기 때문에 혼자 운전하여 창원에 갔다. 다른 멤버들은 승합차를 타고 같이 오는 중이었다. 나는 내 악기를 무대 위에 차려 놓고, 어슬렁거리며 공연장 내부를 구경했다.


이곳은 육십여년 전에 영화관으로 운영하던 장소였고, 나중에 3.15회관을 철거한 후 15년 전 아직 마산이었던 무렵 지금의 '아트센터'로 개관했다. 3.15 의거 홍보관이 있었는데 그 규모가 너무 작고 초라해보여 실망했다. 기본적으로 극장이니까, 기념관이나 박물관 정도의 홍보 전시는 하지 않은 것이겠지, 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해도 '관람'을 할 정도의 공간이라기엔 너무 소박했다.


공연을 마친 뒤에 멤버들과 인사를 하고, 나는 서둘러 사천으로 향했다. 한 시간 거리인 그곳에서 하룻밤을 자고 아침 일찍 군산으로 가는 계획이었다. 잠이 쏟아질 듯 하더니, 창문을 열고 잘 닦인 넓은 도로를 달리면서 밤공기에 정신이 맑아졌다. 밤 열한시 십분에, 사천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