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18일 일요일

군산에서 공연

 

창원에서 공연을 끝내고 악기를 가방에 집어 넣을 때 오른손 검지손가락이 시큰했었다. 아프거나 무슨 이상이 있진 않았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았었다. 조금 전까지 자리를 가득 메웠던 사람들이 빠져나간 객석을 극장 직원들이 청소하고 있었다. 나는 비어있는 극장을 보면서 손가락을 주물러 보다가 주차장으로 향했다.


사천 호텔 방의 창문으로 빛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해두고 잠들었었다. 아침에 제 시간에 일어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냥 빛이 아니라 창문으로 일출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햇빛이 얼굴 위에 조명처럼 켜져버리는 바람에 알람이 울리기 한 시간 전에 깨어버렸다. 다시 잠드는 대신 일어난 김에 아침을 먹고 조금 일찍 군산으로 출발했다.


약속 시간 십분 전에 군산 공연장에 도착했다. 햇볕은 따갑고 바닷바람은 많이 불었다. 다른 멤버들도 모두 제 시간에 각자의 차를 타고 도착했다. 리허설을 하고, 긴 시간 대기하고, 45분짜리 공연을 마쳤다. 리허설 중에 어제 불편했던 검지 손가락이 또 둔해진 것을 알았다. 공연할 때에 검지 손가락을 쓰지 못하여 엄지 손가락으로 자주 연주했다. 손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쉬지 못하여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친구들과 인사를 한 뒤 저녁 여덟시 반에 출발하여 열한시 이십분에 집에 도착했다.

이틀 동안 모두 합쳐 815Km를 운전했다. 이틀 사이 잠을 잔 것은 여덟시간이 채 안되었다. 피로와 고단함이 내 몸을 밟아 누르는 기분이 들었다. 집에 돌아와 아내가 이지의 혈당수치를 시간별로 기록해둔 것을 보며 스프레드시트로 옮겨 저장해두고, 물을 한 잔 마시고, 그대로 잠들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