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7일 금요일

이지는 낫고 있다

 


이지가 많이 나았고, 더 낫고 있다. 한 달 넘게 우리는 하루에 몇 번씩 채혈을 하여 이지의 혈당수치를 재고, 열두 시간에 한번씩 이지에게 인슐린을 주사해줬다. 아내는 이가 없어서 혼자 제대로 먹지 못하는 이지를 위해 하루에 네번씩 처방식 사료를 손가락으로 떠먹이고 있다. 일주일 전부터 이지의 혈당수치가 정상범위 안에서 얕게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인슐린의 양을 줄이고 주사하는 횟수도 하루에 한번으로 하게 됐다.

오후에 진료를 받으러 동물병원에 가서 그동안 집에서 이지를 돌보며 기록한 것을 담당 선생님에게 보여줬다. 혈당수치의 추이를 자세히 읽어본 주치의 선생님은 손뼉을 쳐가며 기뻐해줬다. 간단한 검사를 하고 약간의 피하수액 주사를 맞고 집에 돌아왔다.

물론 당뇨를 앓고 있는 고양이는 아직도 오래 더 보살펴줘야 한다. 그래도 다른 기저질환이 없고 빠르게 혈당수치가 안정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지가 낫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조금 가벼운 마음이 들었다.


아내가 심어놓은 캣그라스를 꺼내면 고양이 가족들이 한데 모여 잠깐 동안 샐러드 파티를 하곤 한다. 어느날 밤엔 내가 이지에게 처방식을 먹이고 있었는데, 절반쯤 먹이고 있을 때 그 자리에서 헤어볼과 함께 캣그라스 잎을 그대로 토해내어버렸다. 그 소리에 잠들었다가 깨어난 아내가 다가와서 혀를 끌끌 차며 새로 캔사료를 꺼내어 처음부터 다시 이지에게 먹였다. 헤어볼을 잔뜩 토해낸 이유는 컨디션이 좋아진 이지가 종일 그루밍을 많이 했기 때문이었다. 토해낸 것 정도야 얼마든지 치워주고 닦아줄 수 있으니 이지가 어서 건강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