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21일 화요일

산보

 


지난 주에 김규하와 만나기로 약속을 했었다. 서로 지하철을 타고 약속 장소로 가기로 했다. 집앞에서 경의중앙선을 타면 중간에 갈아타지 않고 만날 수 있는 장소라며 김규하가 위치를 정해줬다. 조금 일찍 집에서 나왔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고 여유있게 걸었다. Charlie Haden의 앨범 Nocturne이 끝날 무렵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십여분 후에 친구가 나타났다.

조용하고 붐비지 않는 동네에서 나는 지도를 검색하여 미리 찾아두었던 카페에 함께 가자고 그에게 말했다. 익숙하지 않은 마을이어서 검색을 해보았던 것인데, 좋은 스피커와 앰프가 있고 커피가 훌륭하다고, '리뷰'에 적혀있었다. 그것이 방문객의 후기인지 홍보삼아 써둔 글인지는 모르겠으나, 역시 그런 류의 정보는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탄노이 Cheviot 스피커와 Bose 서브들이 있었지만 음질은 나빴다. 선곡은 끔찍했다. 커피는, 다 먹지 못하고 남겼다.

오랜만에 만나 두런두런 대화를 잇는 중에, 그도 나도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이라 조악한 음악 소리에 점점 짜증이 나고 있었다. 차라리 음악을 틀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찾아와 커피 한 잔을 사고 너무 오래 머물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러는 것인가 하는 의심도 해보았다.

커피집에서 나와 지하철역까지 다시 걷고, 지하철역에 있는 간이 커피집에서 핫쵸콜렛을 사서 선채로 한 잔씩 더 마셨다. 다음에 또 보자며 인사를 하고 헤어져 서로 반대 방향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거리에 개나리들이 보이고 오고 가는 사람들의 옷들에 색깔이 많아졌다. 봄이 지나가고 있는 것을 구경하며, 급한 마음 없이 몇 시간 동안 산보를 다녀온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