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26일 일요일

천안에서 공연


 일요일 정오, 복잡한 길을 여러개 지나서 경부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했을 때 반대 방향 차선은 이미 긴 정체가 시작되고 있었다. 한 시간 사십분 정도 운전하여 천안 예술의 전당에 도착했다. 개관한 지 십 년 되었다더니 과연 깨끗한 새 건물이었다. 건축음향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에서 지었다는 정도만 읽어 보고 갔던 것인데 건물도 멋있었고 무대 위에서 들리는 소리도 좋았다.


나는 그 사이 새로 맞춘 안경을 쓰고 있었다. 어지러운 것이 사라져서 리허설을 하고 공연을 할 때에 편했다. 시력이 너무 빠르게 더 나빠지고 있는 것 같은데 이 정도에서 그만 나빠지면 좋겠다. 안경을 사용하며 잘 적응하는 수 밖에 없다.

공연을 마치고 돌아올 때엔 고속도로에 차들이 많지 않았다. 노랫말이 길고 무거운 노래들을 들으며 운전했다. 운전하는 동안 한 두 시간 전에 무대 앞에서 음악소리에 호응하며 즐거워 해주던 관객들의 얼굴들이 드문 드문 지나갔다. 집에 돌아와서는 갑자기 졸음이 쏟아져 자정에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