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14일 화요일

전주에서 공연, 장례식

 


금요일 밤에, 아내의 부친이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갑자기 황망하게 떠나신 지 네 해만의 일이다. 장례식장으로 가서 준비를 하고 고인을 안치해 놓았다. 토요일 아침에 공연을 하기 위해 전주에 갔다. 잠이 부족했다. 밴드 멤버들과 함께 승합차를 타고 갔던 덕분에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얕은 잠을 잘 수 있었다.

잠을 충분히 잘 수 없었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은데, 하루 종일 눈앞이 흐릿하게 보여서 리허설을 할 때부터 힘들어했다. 무대 위에서는 어지러워서 중심을 잘 잡고 서있기 위해 힘을 주고 있어야 했다. 다리에는 힘을 주고, 어깨와 팔에는 힘을 빼고... 라고 속으로 계속 말하고 있었다. 연주는 잘 해내야 하기 때문이었다. 누군가 돌아가셨을 때에 연주하는 일은 낯설지 않다. 몇 번이나 경험 했던 일이기도 했고 특별한 경우도 아니다. 할 일은 해야 하는 것일 뿐. 다만 혼자서 하루 동안 장례식장을 지키고 있었을 아내가 힘들어했을 것이 걱정되었다.

자정을 넘겨 차를 세워둔 곳에서 멤버들과 인사를 하고, 자동차 시동을 걸었다. 외부순환도로를 달려 새벽 한 시 반 쯤에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아내가 말하길 조금 전에 밴드 리더님이 혼자 다녀가셨다고 했다. 낮에 공연장 대기실에서 그는 나에게 "서울에 도착하는대로 갈게"라고 하셨었다. 고단하고 피곤하셨을텐데, 죄송하고 감사했다.



다음 날, 장례식장 주차장 담벼락에 기대어 종이컵에 담은 커피를 연거푸 마시며 바람을 쐬었다. 벽제 화장터에 자리가 없어서 하루를 더 보내고, 월요일 아침 일찍 발인을 했다. 장모님이 모셔져 있는 곳에 고인을 모셔두고 다시 장례식장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아내와 함께 집에 돌아왔다.

오후부터 누워서 깊이 잠들었다. 긴 시간을 자고 새벽에 일어나서 소음이 나지 않도록 손으로 원두를 갈아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책상 앞에 앉아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