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3일 금요일

TV Show


일부러 그런 적은 없는데, 이 장소에 오는 일이 생길 때마다 전날 잠을 못 잔다. 지난 번엔 알람을 무시하고 늦잠을 자던 나를 도왔던 전등이 이번엔 새벽 세 시에 저절로 켜졌다. 스위치를 교환해버려야 할 것 같다. 새벽에 깨어 아침까지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티브이 쇼라는 것을 하는 날엔 언제나 피하고 싶은 일들이 순서대로 기다리고 있다. 항상 급하고 분주하고 정신 없는 리허설. 분장. 거기에다 기자들이 초 단위로 사진을 찍어 송고하는 데에 동원되어 '손가락 하트 해주세요'라는 요청을 받는 등의 일들. 어떤 사람들에겐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나에겐 힘들고 고되다.

오늘 좋았던 것은 녹화가 아니라 생방송이라는 것이었다. 연주하는 것이야 늘 하는 일이니까 편했다. 힘든 일을 한 것은 하나도 없었는데 집에 돌아와 몸을 씻고는 그대로 잠들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