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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7일 토요일

멀리 할 것.


내가 쓴 글에 사람들이 반응을 보이거나 메신저의 단체문자창에 나에 대한 인사말들이 올라오면 기분이 좋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기분좋아하고 있는 것을 알고 살짝 놀랄 때가 있다. 
내가 공감이나 칭찬을 얻으며 혼자 으쓱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혹시 은근히 남들의 반응을 기대하며 진심이 아닌 말이나 행동을 하려는 것은 아니었는지 자신을 의심하게 된다.
제일 나쁜 것은 사실 나는 그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을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을, 내가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강의시간에 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학생들에게 나를 부를 때에 '님'이라는 접미사를 빼주도록 부탁하는 일이었다.
'님'은 고운말이긴 하지만 어쩐지 관습적으로 강요된 존경, 거짓 예우가 담겨있다고 항상 생각해왔다. 선생이나 교수를 그렇게 부르고 있기 때문에 강의를 듣거나 무엇인가 배우려는 쪽에서는 모르는 사이에 위계 속에 갇히게 된다. 저쪽은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지위가 높으며 나는 뭘 잘 모르고 어리다는 식으로.

그런 무의식 속의 위계질서 안에서는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선생의 말이 항상 바르지 않고 교수가 가르치려는 것이 전부 불변의 진리는 아니다.
강의는 배우는 것을 돕는 도구일 뿐, 언제나 자신을 가르치는 것은 자기 스스로여야 한다. 그것이 배우는 것이고 가르침을 얻는 것이다. 누구도 남으로부터 던져지는 정보를 집어먹는 것만으로 배워질 수 없다. 위계와 서열 속에 갇히면 비판의식도 합리적인 의심도 없이, 누군가가 정리해준대로 생각하게 된다.
그것은 차라리 아무 것도 안 배운 것보다 못하다.

실제로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존칭을 생략해달라고 해본 적은 없다. 그렇게 했다가는 남들에게 아마도 불치의 '관심종자' 소리를 듣기 십상일 것이다.
그대신에 나는 학생들이 의례히 하는 인사만이라도 스스로 멀리하려고 노력한다.

인간은 관심받기를 원한다.
그런데 문제의식 없이 어떤 대우를 받는 것에 익숙해지다보면 어느 순간 자신이 정말로 그럴 자격이 있다고 믿거나, 더 심해지면 스스로를 본래의 모습보다 더 훌륭하다고 착각하게 된다.
점점 자신에게 솔직해지지 못하고 거짓 사탕발림으로 남들에게 달콤한 말만 듣기 좋아하게 되기 쉽다.
그러다가 자신의 일에 무책임해지거나 더 이상 실력이 좋지 않게 되어도, 여전히 전례에 따라 대접받아왔던대로 대우받기를 바라게 되는 것,  그런 주제에 더 나아지려는 노력은 잊고 마는 것. 사람은 그런 본성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학생들 앞에서 강의를 하거나 마주 앉아 레슨을 하지 말아야 한다.
오만과 훈계, 허위의식과 훈장질을 멀리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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