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9일 금요일

리차드 보나와 항공사의 소동.



1. 연합뉴스

연합뉴스의 기자들이 땀과 눈물로 뛰어 다니며 취재를 했던 시절도 있긴 있었다. 최루탄으로 거리가 뿌옇게 되어 버리던 시절에도, 기자들은 방독면 가방과 카메라 가방을 허리춤 양쪽에 차고 위험을 감수하며 사진을 찍고 기사를 썼었다. 그리고 이제는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남의 블로그와 트위터를 옮겨 적는 일들로 밥벌이를 하는 사람도 기자라고 부르게 된 거지. 그걸 가지고 뭐라고 새삼 시비 걸 마음은 없다.
리차드 보나의 페이스 북 글을 긁어서 이랬다더라, 하는 것이 뉴스라고 읽혀질 수 있는 시대여서 그들은 좋겠다. 해당 항공사의 해당 직원을 취재해본다거나 실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묻거나 하는 일 까지 하는 것은 기자로서 너무 오버인건가.


2. 아시아나 항공

해외에 많이 다녀보지는 못했지만, 한국의 두 개 항공사들은 친절하다. 경험했던 바, 최소한 미국의 항공사 보다는 매우 친절했다. 한국의 항공사 직원들은 적어도 승객이 보는 앞에서 함부로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노골적으로 노려보거나, 자신의 일을 하기 싫다며 승객에게 불평하는 적도 없었다. 다른 나라의 항공사들이 전부 불친절하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런데 악기 연주자로서, 특정하자면 베이스 기타를 들고 다니는 사람으로서 나의 경험을 말해 본다면, 그렇게 친절하다는 국내 항공사의 직원들도 늘 한결 같이 규정을 준수하고 서비스를 잘 해주는 것은 아니었다.
이중적인 면도 많이 있었다. 얼굴이 잘 알려진 유명인과 함께 동승할 때에는 규정상 화물칸으로 보내야 한다던 악기들을 항공사 직원들이 손수 챙겨 객실 가까이 보관해주고 매번 도착지에서 그들이 직접 운반하여 전달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혼자 발권하여 탑승한다던가 무명의 딴따라들끼리 투어를 해야 할 때엔 그 고압적인 태도에 쓴웃음이 났던 적도 있었다. 그것이 규정과 규칙을 말하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3. 리차드 보나

이 연주자가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 차례 내한하여 연주했고 연주를 마치고 다른 나라로 떠날 때에는 사적으로든 공개된 방법으로든 언제나 감사의 인사를 남기곤 했었다. 그런 사람이 몹시 화가 나서 글을 남겼던 것인데, 어떤 오해와 충돌이 있었는지 글만 읽고서는 잘 알 수 없다. 다만 그가 그의 글에서 아시아나 항공 측에 직원들의 교육을 똑바로 시키라고 했던 것, 반복해서 이 항공사에게 화를 내고 있던 것으로 보면 역시 담당 직원과 좋지 않은 문제를 겪기는 했었던가 보다.
자신의 직원들에게 모든 짐을 맡기고 면세점 비닐봉지 정도나 들고 비즈니스 석에 앉아서 갈 수 있는 사람들은 경험하지 않아도 될 일들을, 자신의 악기를 들고 다녀야 하는 사람들은 자주 마주치게 되기 마련이다. 화가 나는 일, 억울한 대우,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은 언제나 생긴다. 모든 항공사는 화물로 부쳐지는 악기의 파손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각서에 승객이 직접 서명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점점 노골적으로 필요하면 좌석을 더 사라는 말도 한다.
일년 내내 전 세계를 다니며 연주하는 리차드 보나 같은 사람이라면 그런 일들에 대하여 무심하게 다닐 것 같지 않은데, 왜 이번과 같은 일이 벌어졌는지는 (기자가 취재를 해주지 않아서) 역시 자세히 알 수 없다. 다만 얼마나 화가 났으면 그런 글을 올렸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과 동시에, 그렇게 경험이 많은 사람이 어째서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었는가, 하는 정도의 감상으로 이 문제는 끝.

4. 그리고, 최악은…

최악은 사건의 당사자들과는 상관 없는 곳에 있었다.
포털 '다음'에 링크된 연합뉴스 기사의 아래에 수두룩 달리고 있는 댓글을 보았다. 점심을 먹기 전에 보았어야 좋았다.
구역질이 나고 메스꺼운 사람들의 말들. 그런 토사물들이 따로 없다.
듣보잡 깜둥이, 돈 있는 새끼가 더 한다, 세고비아는 좌석을 한 개 더 샀다더라, 국적을 세탁한 깜둥이 새끼 등등.

그런 이들이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들인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수준의 나라가 더 나아질 가능성은 얼마나 있을까. 아마 항공기의 이코노미 좌석이 지금 보다 넓어질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