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12일 목요일

운수 좋았던 날

어제 아침, 잠이 덜 깬 채로 아이팟과 이어폰을 찾고 있었다. 이어폰의 모양이 약간 어색...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끊어져 있었다. 무슨 일인지 생각해내려는 중에 곁에 따라왔던 막내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는데, 이 녀석이 갑자기 무서워하며 꼬리를 감고 도망을 쳤다. 으악, 이뇬....!
가장 애용하던 이어폰이었는데, 이 전과자 고양이는 벌써 이어폰만 두 개 째 끊어놓았다. 그것도 비싼 것으로만!

낮에는 갑자기 분주한 일이 생겨 허둥대던 중에 담배불을 붙이다가 그만 라이터를 잘 못 켜서 엄지 손톱이 또각, 부러졌다. 이거 뭔가 운수가 나쁜 날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지.

오후에는 강변북로 원효대교에서 마포대교 방향으로 진행 중에 갑자기 앞서 가던 큰 트럭에서 알 수 없는 물체가 내 앞에 떨어졌다. 청명한 소리를 내면서 자동차 앞유리에 뭔가가 부딪혔는데 처음엔 유리가 멀쩡한 줄 알았다. 5분이나 지났을까, 운전 중인 내 눈에 자동차 유리가 조금씩 갈라지고 있는 것이 느린 속도로 보이기 시작했다. 잠시 후 완전히 금이 가버렸고 점점 그 금은 길어지고 있었다. 그것을 보며 잠깐 신기해하다가, 오늘 정말 제대로 나빠지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끝내주는 하루였다. 아이팟을 엉뚱한 걸 들고 나오는 바람에 들었어야 할 음악을 못 들었고, 담배는 떨어졌는데 새 것을 살 틈도 없이 밤 열 시 까지 견뎌야했고, 따라 마시려던 커피를 엎질러 청바지를 적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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