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16일 월요일

비오는 날

구름 속을 걷는 듯, 습기가 가득했던 하루였다. 결국 공연 시간에 맞춰 폭우가 쏟아졌다. 얼굴에 뿌려지는 빗방울들이 시원했다. 마이크에 입술이 닿으면 지지직 따갑고 아픈 전기가 흘렀다.
비오는 날의 야외공연, 홈빡 젖어버리는 것이 연주를 방해했던 것은 아니었다. 소리와 음악에 존경심이 없는 사람들이 기계를 다루는 바람에 사운드가 나쁘기는 했지만, 그건 어쩔 수 없었던 일이었다.
집에 돌아와 냉방기계를 틀어놓고 악기들을 말렸다. 내일도 야외공연이고 비가 내릴 확률이 높다고 했다.

몇 년 전 쉬지 않고 비가 내리던 밤에 급조된 비닐 지붕 아래에서 공연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연주하는 내내 비닐과 처마, 사람들의 우산, 나뭇잎에 소란스럽게 떨어지던 빗물의 소리가 함께 섞였었다. 아무리 잘 녹음을 해도 재현될 수 없을 것 같았던 소리의 경험이었다. 한 곡이 끝날 때 마다 빗소리가 빈 곳을 가득 메워주던 그날 밤이 생생하게 기억이 났다.

예정보다 몇 분 앞당겨 공연을 마치고 다시 비에 흠씬 두들겨 맞으며 악기를 챙겨 공연장을 빠져나와 차에 올라탔다. 그랬더니 거짓말 처럼 비가 멈췄다.
아직도 가방은 덜 짜서 널어둔 빨래처럼 축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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