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3일 화요일

카세트 테이프

에릭 사티를 나에게 소개해줬던 친구가 있었다. 나는 그의 이름도 얼굴도 잊고 말았다.
음악을 녹음한 카세트 테이프를 빌려주면서 ' 원판을 크롬 테이프에 담은 것이니까 흠집 내지 말고 돌려달라' 라고 말했다.

그런 말을 듣고서야 마음이 쓰여서, 원... 앞면을 들어보고 다음 날 돌려줘버렸다.
그리고 명동까지 가서 겨우 비닐판을 한 장 사가지고 돌아왔었다. 디아파송이었던가.

이제는 이름도 얼굴도 기억이 안나는 그 친구는 나에게 짐노페디가 무슨 뜻인지 아느냐며 우쭐대기도 했었던 것 같은데. 걔는 아직도 음악을 들을까. 그다지 궁금하지는 않지만. 문득 그 녀석에겐 에릭 사티 음악 '원판 ' 같은 것은 처음부터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제서야 들었다.

어디에 음반 소개를 할 일이 있어서 브래드 멜다우의 음반을 여러번 듣고 있었다.
낮에 방정리를 하느라 시디를 이리 저리 뺐다 꽂았다 했더니 연상이 되었던 것인지, 갑자기 에릭 사티의 음악이 생각이 났는데 지금 나에겐 음반이 없다. 모리스 라벨도 없다. 다 어디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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