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 16일 일요일

눈이 온다.


지난 밤 열 두시에 일을 마친 다음부터 뱃속이 심상치 않았다. 조금씩 이상하더니 손이 차가와지고 통증이 밀려왔다. 아픈 것을 참으며 운전을 하여 가까스로 귀가했다. 그런데 식은땀이 심하게 났고, 방문을 열은 다음에는 걸어서 들어오지 못했다.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위경련이었다. 특별히 잘못 먹었던 것도 없는데.
누워서 쉬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가 결국 바닥을 뒹굴며 잠시 정신을 잃었었다.

결국 혼자 어떻게 하지 못하고,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그 친구는 먼 동네에서 단숨에 달려와줬다. 그의 차를 얻어타고 응급실에 가서 처치를 받았다.
손등에 링거를 꽂은채 누워있으려니 창피했다. 나는 자기관리를 못하고 게을렀던 탓에 누워있지만 그 시간에 응급실을 찾는 사람들은 나보다 더 급한 환자들도 있었을 것이었다. 침대 한 개를 가로채고 있기가 미안했다.

주사를 맞기 시작한지 한 시간 정도 지났을 즈음 통증은 사라졌고 손과 발이 다시 따뜻해졌다.
겸연쩍고 고마와서 필요없는 잡담으로 친구를 붙잡아 둔채 커피를 먹였다.

건물 10층의 방에 돌아와 창문을 활짝 열었다.
하얀 눈이 소리없이 떨어져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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