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6일 월요일

언니 고양이.


열 세 살이 되는 암코양이 에기.
흰색 꼬리가 보이고 있어서 막내 고양이 녀석이 졸고 있는줄 알았다가, 커피를 가지러 일어났을때에야 큰언니 고양이였다는 것을 알았다.
책상이 아닌 곳에 랩탑을 올려두면 자주 스크린 뒤에 앉아 골골 거린다. 오래도록 함께 지낸 아내의 컴퓨터들도 매킨토시들이었어서 애플 마크 곁에 있는 것이 친숙한 것인가, 했다.
부쩍 활발하게 놀고 장난도 즐기고, 무엇보다도 건강하게 잘 지내주는 것이 늘 고맙다.
궁둥이를 툭툭 때려줬더니 소리를 내며 내 손에 코를 부비고는 금세 다른 의자에 가서 누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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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고 말썽많은 고양이.


악기의 줄을 교환하고 있는데 또 다가와서 장난을 하길래 멀찍이 밀어놓았다.
저렇게 쳐다보고 있더니 소리내지 않고 다가와서 또 장난... 그런데 이제는 금세 흥미를 잃는가보다. 더 강한 자극을 원하는가본데, 전부 맞장구 쳐줄 수가 없다. 점점 감당하기 어려워지는 몸집에다 이제는 힘도 세어져서 안되겠다.
계속 많이 먹고, 계속 커지고 있는 막내 고양이는 저러다가 대형 고양이가 될 것 같다.
잘 키워서 베게로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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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연주 도중에 길 옆의 건물 2층에서 창문 너머로 구경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커피집의 유리벽에 기대어 내려다보고 있는 그들의 모습들이 고요해보였다.
어릴적 신발이 닳도록 걸어다녔던 그 거리는 더이상 내가 아는 동네처럼 여겨지지 않았다. 낯선 곳에 와버린 느낌이 들었다.
무대에서 내려올 때엔, 그때 그 서울은 어디로 간거지, 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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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며칠 전 한밤중에, 자다가 깨어난 아내가 김치를 담그고 있었다.
워낙 일반적인 시간 개념이라는 것이 없는 우리들이긴 하지만...
어쨌든 갑자기 불을 켜고 뚝딱 뚝딱 무우를 갈고 배추를 만지고 있어서 조금 무서웠다.
손을 다쳐서 상처가 있을텐데 맨손으로 고춧가루며 매운 양념을 마구 섞고 있어서 걱정이 되었다.
지난 번 열무김치도 훌륭했었는데... 아내는 유학시절에도 혼자 김치를 만들어 먹었다고 하더니 솜씨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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