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27일 수요일

맑았던 하늘.


월요일 낮, 하늘은 투명했고 내 머리속은 혼탁했다. 잠을 못자서 멍청한 상태에다 머리를 다쳤던 것 때문인지 계속 어지러웠다.
저녁의 일정을 취소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하늘에 걸린 구름을 구경했다.

그런데 고장났던 카메라는 다시 멀쩡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

2008년 8월 24일 일요일

공연장에서 하루 종일.


연주하는 사람들을 내려다볼 겨를이 없을 정도로 바빴다. 무려 일곱 시간을, 콘솔 앞에 서있어야했다. 앉을만한 의자도 없고 공간도 없었기 때문에.


슬럼프의 연속인가...
연주 순서가 되었을 때에 피로감이 너무 심했다. 계속 서있었던 것이 나빴기도 했다.
그리고 두 번째 곡에서 솔로 연주를 하다가, 그만 네 마디를 빼먹고 슬쩍 지나가버리고 말았다.
민망하기 이를데 없는 실수. 게다가 지난 밤에 나는 그 곡을 잘 연주하기 위해 늦게까지 연습도 했었다.


가장 큰 잘못은, 앰프의 소리가 통제하기 힘들 정도로 좋지 않았는데 그냥 대충 해버리고 끝내자, 라는 생각으로 연주를 시작한 것... 이런 것은 실수가 아니고 잘못이다. 몹시 몹시 우울해졌다.


.

사냥꾼 샴고양이.


심야에 찾아갔던 식당의 너른 주차장에서, 샴고양이를 만났다.
길에서 샴고양이를 만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
내가 쭈그려 앉아 불러보았더니 샴고양이다운 소리를 내며 졸졸 뛰어와 부비고 그르릉 거렸다.
귀여운 어린 고양이였다. 안아올려 쓰다듬어 주었는데 지저분했지만 나름 그루밍을 많이 한 것으로 보였다.
다른 거리의 고양이들과 어울려 다니는 모양이었다. 살은 포동포동했고 털에도 윤기가 있었다.
사진도 찍고 몇 번을 놀아주다가 담배를 한 대 피우러 잠시 일어났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낮은 자세를 하더니 어두운 나무 밑으로 화살처럼 달려갔다.
그리고 다시 다가오는데.....
....입에, 쥐가 물려있었다.

나는 깜짝 놀랐고, 녀석은 내가 놀라는 것에 놀랐었나보다. 방향을 바꿔 도망가버리고 말았다.
생각해보면 고양이가 사냥을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주며 내가 본 것을 말했지만, 어딘가 의심하는 것 같았다.



.

아이챗.

지난 주엔 내가 모처럼 잠들었을 때에 전화질을 해서 깨우더니, 오늘은 젖은 솜처럼 지쳐 소파에 파묻혀 자고 싶을 순간에 마침 잘도 알고 불러대었다.
강을 건너 한참 달려야 하는 곳에 살고 있는 옛 친구와 화면을 보며 이야기 하기. 가끔씩이라면 반갑다. 배경으로 보이는 그의 일터는 아무 것도 변하는 것이 없어보인다. 그의 공간에서 얼마나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지금의 내가 모르는 것 처럼, 나의 일상에 대하여 그가 알 수 있는 것도 이제는 참 많이 없다.
혼자 틀어박혀 좋은 음반을 듣는 것으로는 해결이 안되는 일이 있을 때에, 대뜸 불러내어 몇 마디 나눌 수 있다는 것으로도 위안이 되는 나이가 되기는 싫다. 아직은 싫다.

옛 동무, 다음엔 뭔가 즐거운 일을 가지고 불러내주면 좋겠다. 그렇게 하면 잠들기 직전에 깨웠다고 나무라지는 않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