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3일 일요일

안심하는 고양이.


소심하고 불안해하는 성격의 큰언니 고양이는 함께 산지 일 년. 이제서야 큰언니 고양이는 안심을 하고 '여기가 내 집이구나'싶은가 보다. 다른 고양이와 지내는 것도 서툴고 새로운 사람과 친해지기도 더뎠어서, 늘 방안에 틀어박혀 나오기 싫어했다. 이제는 걸핏하면 밖으로 나와서 다시 들어가기 싫어하는 바람에 다른 고양이들은 당황하기도 하고.

문득 컴퓨터 스크린 너머로 흰색 귀 두 개가 보였다. 고양이는 한참 동안 기계를 베고 누운채로 곁을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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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에서 공연.

검은 구름이 하늘을 메우더니 리허설 때 부터 비가 내렸다.
습하고 더웠다.
여름마다 비내리는 날의 공연을 한 두 번씩 하고 있다.
비옷을 입고 관객석을 메운채 흥겨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행복해보여서 주머니에 카메라를 넣은채 올라가 음악 중간에 관객들의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만 잊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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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고양이들.

큰언니 고양이도 역시 악기상자를 좋아했다.
악기정리를 하다가 장소를 옮기면서 뚜껑을 열었다. 샴, 흰 막내 고양이, 큰언니 고양이들은 한 묘(猫)씩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막내 고양이는 길게 누웠다.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외출을 하여 집을 비웠었다. 혼자 지낼때와 마찬가지로 집에 돌아갈 시간이 늦어지면 집에 남아있는 고양이들 걱정에 불안해졌다.

집에 돌아오니 고양이들이 반가와하며 뒹굴고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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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1일 금요일

오래된 물건.

밤중에 갑자기 생각이 나서, 주말까지 휴가라고 했던 희준을 불러냈다. 오랜만에 아내와 아기와 함께 집에서 쉬고 있을 친구를 꼬드긴 입장이니까 (미안해서) 내가 그의 집 앞으로 가서 차에 태워 이동하기로 했다. 도착하면 다시 전화하기로 했는데, 그는 시간에 맞춰 미리 집 앞에 나와서 서있었다. 인사와 함께 차에 올라타자마자 내미는 것이 있어서 뭔가 했더니 캔 커피.
요즘은 깡통에 담긴 그 커피를 한 번도 사먹지 않고 있지만, 예전에 나는 하루에도 몇 개씩 캔커피를 사마셨다. 오래된 친구는 그것을 기억해준 것이라고 할까. 잊고 있던 음료 한 개를 받아 마시면서 뭐라고 인사를 하지는 않았지만, 사소한 것을 기억해주는 것에 사람은 고마움을 느낀다.

요즘 집에서 사용하는 디지털 플러그인의 유저인터페이스로 볼 수 있었던 구형 리미터. 재근형님의 녹음실에 들렀다가 새삼 그것을 보고 반가와했다. 구닥다리 기계가 되어버렸지만 여전히 훌륭한 물건이었다. 전에는 무심코 보고 지나쳤던 것이 반갑고 귀하게 여겨진다. 거기에다가 선배형의 스튜디오에 있는 프로툴은 무려 버젼 5.1.... 로딩하는데에 담배 한 개비 꺼내어 불을 붙이고 몇 모금 피워도 될 정도로 시간이 걸리는 매킨토시 G4... 그러나 지금도 TV 에 보여지고 있는 수많은 광고녹음들을 충분히 해내고 있었다. 의자를 끌어와 자리잡고 앉아서 궁금하던 것을 끝없이 묻고 배웠다.

최신형으로 바꾸시지 그러세요, 라는 말을 이제는 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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