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 12일 화요일

녹 슬었다.


작년 10월의 베이스 브릿지 모습이었다. 이 때에도 녹이 슬어있군, 하며 사진을 찍어 뒀었다.

내 손과 발은 일년 내내 뜨겁다. 언제나 손바닥에 열꽃이 필 정도로 뜨거워져 있어서 여름철에 운전하는 것이 위험했던 적도 있었다. 손이 뜨거우니 땀도 많이 나는 바람에 운전대에서 손이 미끄러지거나 했기 때문이었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베이스 줄이 내 손 때문에 금세 못쓰게 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다.
낮에 오랜만에 브릿지를 조정할 필요가 생겨서 브릿지의 나사를 돌려보았다. 그런데 그만 나사의 대가리 일부가 투두둑, 가루가 되어 떨어져 버렸다.


오늘 낮의 베이스 브릿지 모습이었다. 이제 그냥 빨갛다.

나는 자주 브릿지에 손뼘을 대고 연주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이 빈티지 스타일의 브릿지가 좋아서 녹슬지 않는다는 다른 브릿지는 쓰고 싶지 않다. 이 브릿지의 가장 큰 단점은 너무 빨리, 많이 녹슬어버린다는 것이다.

라이터용 휘발유로 잘 닦아서 말려두고 있다. 머지 않아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면 전체를 교환하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2006년 9월 11일 월요일

구 일일.

수 년 전 그날, 뉴스를 지켜 보고 있었다.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했다...라고 쓰고 싶지만, 누구에게 애도를 표현해야 할 지 몰라서 혼자 애도했다.
그 사건이 나기 아홉 달 전에, 미국인들의 이상한 대통령선거에서 고어가 했던 말이 기억났다. 법원의 판결에 반대하지만 받아들이겠다고 했던가, 그런 말이었던 것 같다.

고어가 대통령이 되었다면 그 9월 11일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그 후 기다렸다는 듯 이어졌던 이라크 침공도 없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 즈음 나는 자코 파스토리우스의 전기를 읽고 있었다. 그 해의 9월에 영주 형님의 스튜디오에 인터넷 방송을 하러 다니고 있었는데 마이크 앞에 앉아서 음악을 틀어놓고 프린트 된 자코의 이야기를 보다가 1987년 9월 11일에 그가 나이트 클럽 앞에서 두개골이 부서진 채로 발견되어 병원에 옮겨졌다는 부분을 읽고 있었다. 무서운 뉴스가 나오고 있던 9월 11일에 비범했던 연주자의 어이없는 죽음과 관련된 오래 전의 9월 11일 이야기를 읽고 있었다는 것이 신기하였어서 그 일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다.

또 9월 11일이라고 하면, 3년 전 그날 하루 아침에 내 세간살이가 모두 다른 곳으로 옮겨진 후 텅 비어있는 집안에 남겨졌던 일이 (아무리 기억하지 않으려 해도) 기억이 난다. 정확히는 9월 1일의 일이었고, 내가 완전히 망가져있다가 비로소 밥을 챙겨 먹으며 어떻게든 살아봐야겠다고 분주하게 돌아다니기 시작했던 날이 열흘 뒤인 11일의 일이었다. 이 홈페이지의 기록을 다시 보니 12일에 '모든 일을 다시 시작...' 어쩌고 라며 써두었던 기록이 있었다.

서로 전혀 관계없는 9.11 이야기, 끝.


2006년 9월 6일 수요일

내 고양이의 생일.


샴고양이 순이가 두 살이 되었다.
세상에 태어난 직후의 모습은 본 적이 없지만 나와 함께 살기 직전의 모습을 담아뒀던 것이 있어서 꺼내어 보았다.


그 겨울밤을 기억한다.
우연하고 즉흥적인 동기로 어린 고양이를 외투 주머니에 넣어 집에 돌아왔었다. 그 때엔 몰랐었는데, 내가 고양이 순이를 데려 온 것이 아니라 내 고양이 순이가 나를 선택했던 것이었다. 고양이와 함께 살 아무런 마음의 준비가 없었는데,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조그만 고양이가 나를 졸졸 따라와서 물끄러미 올려다보더니 내가 내민 손 위에 뛰어 올랐던 것이었다. 내 몸과 마음이 피폐했던 시절을 반대로 틀어 놓는 시작이 되었던 눈 내리는 겨울밤이었다. 내 외투의 주머니에서 고개만 빠금 내민채 내리는 눈을 신기하게 바라 보던 고양이 순이의 모습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순이는 많이 컸다. 점점 더 칭얼대고 다양한 요구를 하고 있다.
심술도 부리고 가끔씩 짜증을 내기도 한다. 그런데도 어딘가 (나와는 다른) 의젓함을 잃지 않는다. 고양이를 먼저 길러 보았던 야옹이 선배들의 증언들이 모두 옳았다. 고양이는 길러지는 동물이 아니라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동거생물이었다.


순이에게 두 살 생일을 축하해주면서 간식 깡통을 따주었다.
내가 멍청하고 앞가림을 하지 못하는 것이 불안하므로, 부디 내 고양이가 스스로 알아서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주면 좋겠다.


나는 고양이 순이에게 고마와 하며 한쪽 팔에 순이를 안은채 방 안을 돌아다녔다.
순이, 생일 축하.


2006년 9월 5일 화요일

재즈 공연

Linley Marthe

빅터 우튼의 공연이 식상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올해 자라섬 페스티벌은 가보지 않아도 되겠다고 마음 먹었었다. 그런데 태선이의 배려로 티켓이 생기고... 랜디 브레커 밴드의 드럼 세션으로 스티브 스미스가 오신다는 소식에 마음이 흔들리던 중이었다.
드러머가 스티브 스미스라면 그 밴드의 베이스 세션은 James Genus 일 가능성이 컸다. James Genus 는 매력있는 베이스 연주를 하는 사람이다. 그의 솔로도 훌륭하지만 워킹베이스도 좋다.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기대가 더 크다.

그런데 정말 볼만한 것이 더 있었다. 조 자비눌 어르신의 Zawinul Syndicate의 공연이 마지막 날 밤에 준비되어 있다고 했다.
베이스를 연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빅터 우튼의 쇼를 놓지고 싶어하지 않겠지만, 내 생각에는 그 보다도 이번 페스티벌에서 현재 Zawinul Syndicate 의 베이시스트인 Linley Marthe 의 연주를 볼 수 있으면 행운이다. 아직 이번 공연에 그가 참여하는지는 모르고 있지만.

조 자비눌이 그동안 고용했던 베이시스트들은 모두 최고의 연주자들이었다. 말 할 필요 없이 Jaco Pastorius 가 있었고, Victor Bailey, Gerald Veasley, Miroslav Vitous, Jimmy Haslip, 그리고 Richard Bona의 동향 출신 선배인 Etienne MBappe 가 있었다. Etienne MBappe 의 후임으로 리차드 보나가 참여했던 것이었고, 그 후에 합류하게 되어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는 사람이 Linley Marthe이다.

Linley Marthe의 연주는 비교적 전통적이고, 약간은 노골적으로 보일만큼 자코의 것을 가져와 쓰고 있다. 피크가드를 떼어내고 Badass 브릿지를 부착한 '70년대 펜더 재즈베이스를 사용하고 있다. 그의 동영상을 구경한 적이 있는데 무서운 테크닉이었다.
지금 Zawinul Syndicate의 편성은 키보드 외에 기타, 보컬, 드럼, 두 명의 타악기 연주자까지 있어서 그의 베이스만을 듣고 즐기기엔 버거울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번에는 꼭 찾아가서  직접 공연을 보고 싶어졌다.

매년 가을 초엽에 며칠 동안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재즈 페스티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