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 11일 월요일

구 일일.

수 년 전 그날, 뉴스를 지켜 보고 있었다.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했다...라고 쓰고 싶지만, 누구에게 애도를 표현해야 할 지 몰라서 혼자 애도했다.
그 사건이 나기 아홉 달 전에, 미국인들의 이상한 대통령선거에서 고어가 했던 말이 기억났다. 법원의 판결에 반대하지만 받아들이겠다고 했던가, 그런 말이었던 것 같다.

고어가 대통령이 되었다면 그 9월 11일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그 후 기다렸다는 듯 이어졌던 이라크 침공도 없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 즈음 나는 자코 파스토리우스의 전기를 읽고 있었다. 그 해의 9월에 영주 형님의 스튜디오에 인터넷 방송을 하러 다니고 있었는데 마이크 앞에 앉아서 음악을 틀어놓고 프린트 된 자코의 이야기를 보다가 1987년 9월 11일에 그가 나이트 클럽 앞에서 두개골이 부서진 채로 발견되어 병원에 옮겨졌다는 부분을 읽고 있었다. 무서운 뉴스가 나오고 있던 9월 11일에 비범했던 연주자의 어이없는 죽음과 관련된 오래 전의 9월 11일 이야기를 읽고 있었다는 것이 신기하였어서 그 일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다.

또 9월 11일이라고 하면, 3년 전 그날 하루 아침에 내 세간살이가 모두 다른 곳으로 옮겨진 후 텅 비어있는 집안에 남겨졌던 일이 (아무리 기억하지 않으려 해도) 기억이 난다. 정확히는 9월 1일의 일이었고, 내가 완전히 망가져있다가 비로소 밥을 챙겨 먹으며 어떻게든 살아봐야겠다고 분주하게 돌아다니기 시작했던 날이 열흘 뒤인 11일의 일이었다. 이 홈페이지의 기록을 다시 보니 12일에 '모든 일을 다시 시작...' 어쩌고 라며 써두었던 기록이 있었다.

서로 전혀 관계없는 9.11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