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3월 28일 화요일

밤거리.



서울에서 늘 아침에 잠들고 밤새 눈뜨고 생활을 했더니, 그쪽에 가서는 그 패턴이 그대로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드는 것으로 되어있었다.
많이 걸었기 때문에 피로했다. 깊이 잠들지도 못했고, 열 몇 시간의 비행과 전날의 공연이 끝난 후 몸이 많이 고단한 상태였다.
개성이 강한 사람들과 밤을 새워 걷는 일은 즐거웠다.
부슬비가 그친 프라하의 밤길, 돌멩이가 가득한 도로위에 불빛들이 금화가 떨어지듯 비치고 있었다. 
그 위로 미친듯이 걸어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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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왔다.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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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아무도 없다.



프라하에서 돌아왔다.
돌아온 밤에 맡겨두었던 고양이 순이를 데려오려고 했는데, 사정이 생겨 하루를 미뤄야 했다.
며칠 동안 사람들과 어울려 관광도시를 걸어다녔던 것 때문인지 집에 돌아오니 지나치게 혼자가 되었다.
내 고양이 순이를 보고 싶어하고 있다.
너무 조용하고, 너무 혼자가 된 것 같다.
멍청하게 창 밖을 보다가 비어있는 집안을 쳐다보다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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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월 23일 목요일

순이에게 인사했다.



일주일 동안 집을 떠나있어야 한다.
고민 끝에 결국 고양이 순이를 맡길 곳을 찾았다.
순이는 눈치를 채고 집에서 데리고 나가기 위해 다가갔더니 갑자기 도망을 쳤다.
겨우 붙잡아 이동장에 집어 넣었다.
임시거처에 데려다주고 인사를 하려고 했을 때 순이는 나를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화를 내고 있었던 것 같았다.

여행을 위해 짐을 꾸리다가 담배 한 개비를 피우는데, 고양이 순이가 없는 집안이 황량하고 넓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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