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8일 토요일
비내리는 날, 경주에.
빗방울이 떨어지지 않는 긴 처마 아래에 고양이가 자고 있었다. 깨우고 싶지 않아 한 발 뒤로 물러나 조심하며 사진을 찍었는데, 고양이가 귀를 움직이더니 그만 일어나버리고 말았다.돌보아 주는 분들이 가져다 준 깨끗한 물과 보송보송한 사료가 담긴 그릇이 곁에 있었다. 한적하고 조용한 공원에서 편안하게 낮잠을 자고 있던 고양이와 인사를 했다.
2024년 9월 25일 수요일
선선해졌다.
이른 아침에 깨어나 정신을 차리고 책상 앞에 앉았다. 고양이 이지에게 밥을 먹여주고 난 후 아내는 이지를 소중히 끌어안고 집안을 거닐고 있었다. 날씨가 선선해진지 이제 일주일 쯤 지났다. 베란다에 얇은 이불처럼 햇빛이 비추고 있었다.고양이 깜이는 내 머리맡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었는데, 내가 일어나 보니 어느새 간식을 얻어먹고 볕을 쬐며 앉아 있었다. 나를 보며 작은 소리로 아침인사를 했다. 나는 그 소리는 듣지 못하고 고양이의 입 모양만 보았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잠을 깨려고 하는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2024년 9월 16일 월요일
2024년 9월 15일 일요일
대전 공연
추석 연휴의 첫날, 대전에서 공연했다. 알람을 듣고 깨어나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곧장 출발, 정체 심한 고속도로에서 평균 시속 54킬로미터로 대전에 도착, 리허설, 도시락 먹고 오후 다섯 시에 공연 시작, 저녁 일곱 시 이십 분에 집으로 출발하는 하루 일과를 보냈다.
열흘 전 짧은 행사를 할 때부터 페달보드 대신 멀티이펙트 페달을 가지고 다니기 시작했다. 덕분에 가지고 다니는 짐을 줄이게 됐다. 이번엔 악기도 한 개만 가져갔다. 디지털 페달의 음색을 저장할 때 그 베이스에만 맞춰 놓았기 때문이었다. 리허설을 마치고 저장해둔 패치 번호를 셋리스트의 곡명에 맞춰 적어 놓았다. 무대가 어두워졌을 때에 그것을 제대로 읽지 못할까봐 안경을 쓰고 연주했다.
지난 달부터 밴드는 모니터를 위한 스피커 대신 인이어 장치를 쓰고 있다. 나는 캐비넷에서 나오는 소리와 관객들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열심히 적응하고 있다. 몇 가지 좋은 점 중에서 무엇보다도 리더님의 수고를 덜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완전히 익숙해지면 좀 더 정교한 연주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대전은 아주 더웠다. 연휴가 끝나면 갑자기 가을이 될 것처럼 밤중엔 서늘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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