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22일 금요일

밤중에 옥상 위에서.

 


부평에 있는 어느 극장의 옥상에서 연주했다. 부평 뮤직플로우 페스티벌이라는 새로운 음악 축제에 참여하는 것이었는데, 친구들과 함께 연주하는 것을 촬영했다. 우리는 지난 해에 이정선 형님과 그분의 노래를 다시 녹음했었다. 오늘은 그분을 가운데에 모시고 두 곡을 연주했다.

금요일 저녁에 도로 정체가 심할 것을 각오는 했었다. 하지만 정말 막혀도 너무 많이 막혔었다. 한참 동안 외곽순환도로를 지나 부평에 도착했지만 그곳에서부터 약속장소까지 가는 데에 다시 한 시간이나 걸렸다. 두 시간 반을 운전하여 겨우 부평 문화센터에 도착했다.

무대를 마련하고 촬영과 녹음을 맡은 스탭들이 어두운 옥상 위에서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낮부터 계속 촬영이 이어지고 있었다고 들었다. 옥상 위에는 바람이 많이 불었다. 나는 당연히 외투를 벗고 연주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웃옷을 벗었고, 촬영이 끝날 때까지 벌벌 떨며 연주했다. 며칠 전 전주에서 야외공연을 했던 것보다 더 추웠다. 손가락 끝에 감각이 없었다.


일을 마치고 짐을 챙겨 주차장으로 향하면서 이 장면을 찍었다. 춥고 손이 시려워 고생스러웠지만 연주하며 밤하늘에 떠있는 고운 달을 계속 볼 수 있었다. 달무리 주변에 별도 빛나던데, 하늘이 맑았던 모양이었다. 모든 일이 끝난 뒤 어둡고 고요한 옥상 위에서 부지런히 정리하고 짐을 챙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움직이는 그림자들처럼 보였다.

집에 돌아올 때에는 강변북로를 따라 쾌적하게 달려올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작은 사고들이 많아서 다시 도로 정체를 경험했다. 그래서 돌아올 때에도 다시 두 시간 가까이 운전. 그런데 생각해보면 길 위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평범한 일상이었던 때가 있었다. 다시 악기를 싣고 운전하고 연주하러 다닐 수 있는 것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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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17일 일요일

전주에 다녀왔다.

 


아침 일찍 일어나 고속도로를 달렸다. 전주에서 공연을 했다.

공연장은 4년 전에 공연했던 야외무대였다. 건물도 풍경도 낯이 익은데 다만 사람들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고 공연장에 들어가기 위해 백신접종을 마쳤다는 증명을 확인받아야 했다.

정해진 시간 안에 리허설을 마치고 대기실로 돌아와 악기를 한 번 살펴봐야했다. 부쩍 기온이 낮아졌기 때문에 짧은 시간 무대 위에서 연주했을 뿐인데도 악기의 튜닝이 심하게 달라져있었다. 밤이 되어 공연을 시작했을 때에는 손이 차가와져서 내가 힘을 조절하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근육을 다친 손가락에 통증이 너무 심했다.

관객들도 함께 추위를 견디며 야외공연장에 모여 앉아있었다. 아직은 예전처럼 일어나 호응을 하거나 마음껏 즐기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다. 지긋지긋한 판데믹은 여전히 끝나지 않고 있다.


주차장에 세워둔 자동차 안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몸을 따뜻하게 하느라 가지고 온 옷을 모두 입었다. 공연 전에 도시락을 먹으러 대기실에 갔더니 아무도 없는 방에 리더님의 기타가 놓여져 있었다.

짧은 공연을 마치고 다시 세 시간을 달려 집으로 돌아왔다. 영하의 기온도 아니었는데 몸이 얼어 덜덜 떨었다. 고속도로에 접어들면서 자동차의 히터를 세게 틀었다. 지난 주에 울산에 다녀올 때에는 기차를 탔는데도 피로했었는데, 오늘은 야간에 장거리 운전을 하느라 더 힘이 들었다. 안경의 돗수를 다시 맞춰야할지도 모르겠다. 눈이 흐릿하여 피로감이 더 생긴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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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9일 토요일

울산에 다녀왔다.


 오전에 서울역에 가서 기차를 타고 울산으로 갔다. 기차역에 내려 다시 사십여분 걸려 공연장에 도착했다. 가는 비가 계속 내렸다. 그리고 긴 시간 동안 리허설을 했다. 오랜만의 첫 공연을 우리는 잘 하고 싶었고, 한 시간 반 동안 거의 모든 곡을 전부 연주해봤다.


다시 긴 시간을 기다려 공연을 시작했다. 공연을 오래 쉬었지만 몸이 음악을 기억하는 기분이 들었다. 듬성듬성 앉은 관객을 보며 다시 연주를 하는 것이 기분 좋았다.


그리고 다시 기차역으로. 예전엔 일상처럼 했던 공연하는 하루의 일정이 부쩍 힘들게 여겨졌다. 악기도 무겁게 느껴졌고, 운전을 하지 않았는데도 피로감이 심했다. 체력의 문제일까.

새벽에 서울역으로 돌아와 주차장에서 자동차 시동을 걸고, 강변북로를 따라 집까지 오면서는 음악도 틀어두지 않았다. 가끔 차창을 열면 서늘한 공기가 마스크 안으로 들어왔다. 내가 사는 곳도 심야가 되면 주차하기가 어려워진지 오래됐다. 집에 도착했더니 지하 주차장에 좋은 자리가 한 군데 비어있었다.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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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6일 수요일

공연을 위한 합주.


거의 두 해 만에 밴드의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한 달 전에 사전 연습을 했었지만 공연을 며칠 앞두고 준비하는 기분은 새로왔다. 약속장소에 일찍 도착하여 악기를 튜닝하며 집에서 체크해뒀던 메모들을 다시 살폈다. 첫째날에는 여섯 줄 베이스를 가져갔다. 이 악기의 소리는 이번 공연에 적합하지 않겠지만 다른 악기들과 이 베이스의 사운드가 어떻게 섞이는지, 큰 음량으로 듣고 싶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프리앰프의 노브들을 모두 플랫하게 해두고 테스트 했다. 경험이 쌓이면 더 좋은 사운드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둘째날 합주에는 펜더 다섯줄 베이스를 사용했다. 역시 이 형태의 베이스가 우리 밴드의 사운드에 잘 맞았다. 패시브 모드에서도 배음이 잘 나와줬다. 액티브 상태에서는 기본 음량이 너무 세어서 오히려 볼륨 노브를 줄여야 했다. 이달의 공연들은 이 악기와 원래의 재즈베이스로 해볼 생각이다. 울산과 전주와 부산에서 공연을 할 예정이고 그 사이에 친구들과 함께하는 팀의 일정도 기다리고 있다. 얼마만의 일상인지, 모든 약속들이 귀하다.


합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야 애플워치에 표시된 알림을 보았다. 워낙 큰 음량으로 연주하다보니 소음 레벨이 109까지 올라갔었다. 아이폰에는 '일시적인 청각장애가 있을 수 있다' 라고 설명이 나왔다. 하루 종일 이어폰을 귀에 꽂고 다녔던 나는 이미 이십대에 귀의 성능을 일부 잃었을 것이다. 섬세한 음악을 틀어놓으면 내가 듣지 못하는 음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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