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5일 토요일

합천에서.


합천에서 이상하게 여겼던 것.

구겐하임 미술관의 내부를 옮겨오려고 한 것 같은 느낌이었던 과천현대미술관은 김태수의 작품.
과천현대미술관 내부의 Ramp Core를 그대로 베껴온 합천 대장경천년관의 내부는 함인선의 작품.
함인선은 김태수 문하에서 8년간 일하고 2000년에 독립.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래도 되는 건가? 그쪽 업계(?)에서는…?

그리고 산을 깎아 마련한 공간에 들어선 그 건물들과 배열이 정말 괜찮다고 생각하는건가. 동선은 어디에서 시작하여 어떻게 의도되고 있는지. 의도라는 것이 있었는지도 모르겠고.
뭐 그냥 그런가 보다 해야 하나.

그곳을 걸으며 기분이 나빠졌다.



합천에서 만났던 개.


새벽 다섯 시에 잠들어서 여덟시에 일어남.
265km를 만만히 보았는데 도로정체로 무려 다섯 시간 걸려 합천에 도착. 휴게소에서 먹었던 라면은 중부내륙고속도로에 뿌리며 온듯 배고파하며 공연 시작.

공연 후 식당에 들렀을 때에 즐거워하며 뛰놀던 개 한 마리. 얼른 앉아 불러보니 뛰어와 몸을 부볐다. 나이든 개의 목덜미가 차가와 한참을 쓰다듬었다.

말없이 배불리 밥을 먹고 근처의 호텔에서 하루를 머문다는 멤버들에게 인사하고 다시 집으로 세 시간 운전.


동네의 길 어귀에서 자동차를 아슬 아슬 피하는 고양이들을 보니 식당에서의 착한 개가 자꾸 생각났다.

합천 공연.

합천에 다녀왔다.

새벽 다섯 시에 잠들었다. 아침 여덟시에 일어났다.
265km 를 만만하게 보았다. 도로정체로 무려 다섯 시간을 운전하여 합천에 도착했다. 휴게소에서 먹었던 라면은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모두 소화해버렸다. 공연을 시작할 때에 배가 무척 고파져있었다.

MTD 베이스는 내가 스트랩의 길이를 잘 못 조정하는 바람에 무게 균형이 맞지 않았다. 연주하기에는 편안했다.
다만 공연장의 사정이 좋지 않았다. 베이스의 음색이 밴드의 전체 사운드와 잘 어울리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2013년 10월 4일 금요일

초가을.


나는 그러니까, 생의 거의 모든 면에서 늘 늦고 더디고 오래걸렸다.
그것은 환경이나 주변상황의 탓이 아니었다. 타고난 내 성격과 능력의 한계이고 깜냥이었다. 그 대신에 (다행히도) 오래 버틴다. 어쩌면 지구력이라도 있었어야 했으니까 그렇게 되어져온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도 무엇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이 언제나 늦고 작업시간은 오래 걸린다. 대신 미련하게 버티는 것일 뿐. 그러니까 몸뚱이라도 맷집 좋게 잘 버텨줘야한다.

구월의 마지막 주에 부하가 걸렸던 생활패턴을 내 몸이 견뎌내지 못했다. 어제는 그만 낮 동안 계속 누워있어야했다. 하루의 일을 못하여 마음은 무거워졌고, 하루를 쉬었더니 몸은 가벼워졌다.
회복이 되는게 어디야.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저녁에 외출하여 볼일을 보고 일찍 돌아와 이불을 덮고 두어 시간 또 자뒀다.


몇 시간 후에 합천으로 출발, 토요일 까지 매일 공연. 
괜찮은 늦여름, 초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