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28일 화요일

좋은 음향


요즘 공연에 사용하는 악기 두 개.
나름 곡 마다 순서에 따라 용도에 맞게 쓰고 있다. 그런데 비슷한 색상이어서 그게 그것 같은데 왜 굳이 악기를 바꿔 연주하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도 있나보다.
음성 문화예술회관에서의 음향은 정말 아주 진짜 좋았다.
프리사운드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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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27일 월요일

제 집을 찾은 고양이


길에서 살던 고양이. 밥을 주고 있던 아내에게 다가와 스스로, '나, 아무래도 가족이 필요하다'라며 입양을 신청했던 고양이. (정말이다.)

당시의 글 참조 -> http://aulait.tistory.com/1743

지난 주말에 이 고양이가 입양되어 갔던 충청도의 음성에서 공연을 했는데, 아내가 지난 달 부터 고양이의 새 가족이 되어주셨던 부부를 초대하고 싶다고 말했었다. 내심 정작 그 분들은 공연 같은 것에 관심이 없는데 아내의 초대 때문에 귀한 시간을 쓰시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는데, 직접 만나 인사드리지는 못했지만 즐겁게 구경하고 가셨다고 전해 들었다.

그리고 이 녀석의 최근 사진을 아내가 받아왔다. 아이고, 너 정말 행복하게 잘 살고 있었구나.
초췌하고 지저분한 모습인 주제에도 자존심 세고 주눅들지 않는 성격이었던 어린 고양이였다. 걸음걸이도 제법 늠름하게 보이고 싶어하듯 보여서 참 귀여웠다. 털에서 윤이 나도록 잘 보살피며 함께 살고 계신 분들에게 드렸다는 것이 겨우 공연 티켓이었을 뿐이었어서 죄송했다.

고양이야, 행복하게 잘 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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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19일 일요일

새벽에 커피 한 잔


아내가 사왔던 보온병. 아주 잘 써먹고 있다.
친구와 함께 시장을 걷다가 눈에 띄길래 집어들었다고 말해줬었는데, 생김새를 보자면 아내의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도 없고 사오지 않을 도리도 없었겠지. 따뜻한 커피를 담아두었다가 따라 마시기 위해 고양이의 귀를 붙잡고 살짝 돌리면, 시선이 명확하지 않은 눈을 하고는 "왜, 한 잔 드실라우?" 하는 것 같았다.

지금 새벽 다섯 시.
열 두 시간 후에는 이천의 어느 공연장에서 첫 곡을 시작하고 있을 예정.
심리적인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갓 내린 커피 한 컵을 마시고 가볍게 양치질을 하면 곧 잠든다. 괜히 음악을 틀어두고 뒤척이다보면 갑자기 할 일들이 더 생각나고 하루 종일 초각성 음료로 버티게 되어 좋지 않다.
낮의 연습시간에 밴드의 사운드가 좋게 들렸다.
내일 공연은 평소보다 품질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피곤함에 적셔진듯 잠들어 있는 아내의 방을 잠시 살펴보고... 해가 뜨기 전에는 나도 자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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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17일 금요일

형님 한 분.


2004년에 처음 직접 뵈었던 드러머 강윤기 형님.
대기실에서 찍었던 사진이 두 장이나 남아있었다.

당시엔 일회성 공연과 행사로 만나서 함께 연주할 수 있었는데, 합주 연습 몇 번과 무대 위에서의 연주 서너번을 겪은 후 나는 집에 남 몰래 혼자 아주 많이 힘들었었다.
내 타임키핑은 전부 앞으로 먼저 나가고 있었고, 느린 곡에서도 비트를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선명하게 들렸다. 이유는 한 가지, 드러머가 너무 정확했기 때문에. 다르게 설명하자면, 그 이전 까지는 윤기 형님과 같은 드럼 연주자를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모르고 지나갔던 것이었다.
그 뒤로 한동안 나는 메트로놈은 쓰지 않고 가능하면 미디파일로 드럼 리듬을 만들어 연습했다. 정확한 타임키핑은 드러머로서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런 연주자는 사실 드물다. 그리고 지금은 꼭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어쨌든 당시에는 나에게 윤기 형님과의 연주가 아주 큰 자극이 되었었다.

두 분 모두 나를 붙잡아 앉혀두고 레슨을 해주셨다거나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음악적인 지시를 해주신 적은 없지만, 기타 연주자 김광석 형님과 함께 이 분을 나는 마음 속의 선생님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몇 년의 세월이 흘러서, 이렇게 되어있으리라고 그때에는 생각하지 못했다.
재미없게 말하자면 확률의 문제인 것이고 사실은 내 인간관계의 반경이 좁은 것일 뿐일지도 모르겠지만, 사람은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인연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는 법인가. 나는 뭔가 인연이라는 것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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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2년여 만에 스페이스 공감의 공연과 녹화를 하고 왔는데, 첫 날 방송녹화를 했다. 변명부터 하자면 그날 나는 잠을 충분히 못 자두었던 탓에 컨디션이 별로였다. 공연 직전 대기실에서 윤기형님이 평소와 다르게 한 마디 던지셨는데...
"너 아까 리허설 때에 보니까 많이 늦더라. 소리가 잘 안들리는거냐, 뭐냐. 모니터 스피커 확인해봐라..."

모니터를 다시 확인해보았지만, 내심 가슴이 덜컥했다. 기계 탓일리가 있나. 그날 뭔가 손가락도 둔하고 정신이 맑지 않았던 것이었는데. 게다가 연습 부족. 몇 주 간 자전거 타느라 악기를 자주 만지지 않았다. 금세 티가 나기 마련 아니던가.
공연이 시작되고 나서도 계속 내 박자가 뒤로 밀리거나 틀리고 있지는 않는지 몹시 신경이 쓰였다. 연주 도중에 스탭 분에게 손짓을 하여 드럼 소리를 조금 더 올려달라고까지 했었는데... 결과를 말하자면 그 날 나는 모든 곡에서 실수하고 틀려버리고 말았다. 진땀이 나고 다음 곡이 걱정되고 정말 수 백 번은 연주했던 것 같은 노래들이 갑자기 기억이 나지 않기도 했다.

이튿날이었던 (녹화하지 않았던) 공연은 멀쩡했다.
전날의 상태는 반복되지 않았지만 뭐 이미 엎지른 물.
그런 일은 이제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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