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24일 화요일

고양이의 악기검사

나이 순서대로 기타에 다가와 확인 및 검수절차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갔다.
막내 고양이 순서일때에 사진을 한 장 찍어주고 있었는데, 녀석이 슬며시 발톱을 세우고 기타 위에 올라가려는 몸짓을 하여 순간 급한 마음에 발로 차버릴 뻔 했다. (과장된 표현임...) 
미안하다, 막내 고양이. 서로에게 다행하게도 앞발로 툭 건드려보더니 다른 고양이에게 장난을 치러 가버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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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

내 분수에 맞지 않는 좋은 기타를 선물받았다.
내 손에 딱 맞는 기타를 오랜 시간을 들여 제작해주신 JK형님, 많이 고맙습니다.
사흘째 새벽. 드디어 이웃의 폭력적인 항의의 소리를 듣고서야 살금 살금 기타를 가방에 넣어두고 허리를 폈다. 순간 너무 미안해서 숨소리도 작게 내고 방안의 불을 살짝 껐다.
좋은 기타여서 울림이 아주 크고 멀리 간다. 결코 일부러 시끄럽게 하려고 크게 연주하고 있던 것이 아니다. 결백을 주장하는건 못하겠지만 변명은 이렇게 하고 싶었다.
출근, 퇴근길에 악기를 맨채로 엘리베이터를 탔을때, 함께 타신 누군가가 어깨 뒤에서 고약한 시선을 보내는 느낌을 받으면 안절부절 몹시 두렵다. 잘못한 것이 있으면 편하게 다니지 못한다.
기타 때문에 지금 기분이 많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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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16일 월요일

그린플러그드 공연.

사진 ; 베이시스트 민경준 님
바람이 몹시 불어서 춥고 손이 시려웠는데 그래도 오월 중순. 무대 위는 약간 서늘했던 정도였다.
겨우 30여분 동안의 공연이었다.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무대 위가 몹시 시끄러웠다.
관객이 많고 공연장이 클 수록 무대 위의 사운드는 정돈되고 고요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이것은 밴드의 문제였다. 사실은 나의 일정 때문에 사흘 전에 공연장 리허설을 하지 못했던 탓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관객들의 표정이 밝았었다.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다.
하늘이 어두워지자 무대 위에서 누런 색깔로 넘실 거리는 한강이 어둠에 감춰져 흐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집에 오는 길에는 두리뭉실한 달이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약간의 몸살 기운이 있다.
아마도 센 강바람을 맞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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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15일 일요일

일요일 공연

일주일 내내 힘들었다. 잠을 못자고 운전하는 것을 이제 못하겠다. 많이 힘들다.
정말 이런 식으로 생활하지 않겠다고, 뭔가 생활 패턴을 바꿔보이겠다고 큰소리 쳤던 것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토요일을 컴퓨터 앞에서 일하고 소파에 엎드려 자버렸다. 다시 일어나 마저 일을 하고 바닥에 옆으로 누워 잤다. 잠깐 깨어나 일하고 의자에서 또 잠드는 일을 반복하며 보내버렸다.
이불을 덮지 않은 탓에 추워서 깨어나 보니 이른 아침이었다.
오늘은 그린플러그드 페스티벌 공연날이다.

상태가 말이 아닌 것도 그렇지만 머리 속이 텅 빈 것 처럼 되어서 제대로 멍청해져버렸다. 너무 찌뿌듯한 일요일 아침이었다.
지난 화요일에는 빗속에서 야외공연을 하는 바람에 페달보드가 흠뻑 젖었었다. 집에 와서 잘 말려두긴 했지만 케이블 사이에 습기가 남아있는지 아니면 녹이 슬었는지 접촉 상태가 좋지 않다. 당장 모두 분리해서 열심히 닦고 점검하면 좋을텐데 그것을 못했다. 멍청한 표정으로 그냥 쳐다보기만 하며 무덤덤하게 앉아 있었다.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배도 고프고 목이 마르고 그러나 움직이기도 싫고 계속 멍청한 상태로 하루를 보낼 것 같은 상태이다. 지금은 음악도 잘 안들린다.
오늘 연주할 공연장이 어디인지도 아직 모르고 있었다. 뒤늦게 검색을 해보고 지도를 살펴보다가 어제의 공연 후기들을 읽어 보았다. 사람들이 마음씨가 좋다. 좋지 않은 공연에는 비난도 퍼붓고 훈계도 늘어놓으면 좋겠다. 칭찬의 말들만 있다는 것은 어쩌면 그만큼 기대치가 낮았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그러면 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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