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1일 토요일

볕을 쬐며 커피 한 잔

합주를 마치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
오후, 밖은 바람이 불고 꽃들이 얻어맞는듯 흔들리고 있었다. 햇빛이 눈부시게 비추고 있는 탁자 위에 커피 한 잔이 올려졌다.
흰 커피 잔과 스푼이 부록으로 따라온, 햇빛 가득한 오후의 몇 분이 하도 눈이 부셔서 나는 실눈을 뜨고 코를 벌름거리며 한 모금씩 천천히 마셨다.
조금 전 우연히 흘러나왔을 One More Cup of Coffee는 왜 몇 십년을 들어도 나머지 가사는 외우지 못했느냐는 생각도 해보고,
힘든 노동을 해본 적 없는 내 못생긴 손가락은 옆자리 음악선배의 굵고 세월로 주름진 손에 비해 꽤나 형편없다는 생각도 해봤다.

왼손에 만지작거리던 아이폰, 다음 일정을 재촉하는 알람 소리가 울렸다.
아직 따뜻한 커피를 털어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나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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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29일 목요일

순이가 다 나았다

순이가 다 나았다.
오후에 병원에 가서 수술한 곳의 실밥을 제거했다.

고양이 순이도 기분이 좋아졌는지, 집에 돌아올 때에 표정도 밝고 수다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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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28일 수요일

순이가 회복하고 있다.

순이는 일주일만에 빠르게 회복한 것 같다. 이틀 후에 배에 남아있는 실을 풀으러 갈 예정이다. 하루 하루 몸이 나아지는 모양이더니 어제 아침엔 일어나자마자 깡통 사료 한 개를 다 비우고, 기지개도 늘어지게 폈다. 그리고는 집안의 고양이들에게 시비 걸고 툭툭 치며 다니기 시작했다. 마치 밀렸던 일을 하고 있다는 표정이었다.
상처를 자꾸 핥으려고 하여 다시 갓을 씌워놓았다. 잘 먹고 편안한 표정으로 잘 잔다. 고생을 시켜서 참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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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25일 일요일

윤기형님과 함께

드러머 강윤기 형님의 합류.
나는 윤기 형님과의 첫 만남을 특별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 분과의 연습과 공연은 짧은 몇 주였지만 그 경험으로 나는 배운 것이 많았다.

육 년 전의 이야기...

몇 년이 지나서 세션이나 녹음도 아니고 이 분과 함께 밴드를 하게 되었다니, 현실감 없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주저함이 없으신 55세의 베테랑 드러머인 이분은, 우리들과 함께 만났던 첫 날 부터 아이폰에 무척 관심을 보이더니 이제는 아래와 같은 그림이 되어버렸다.

윤병주, 이상훈, 최원식, 강윤기
커피집에 모여 앉으면 늘 양손으로 주물럭 주물럭 아이폰질을 하는 모양이 되어버렸다. 이것은 윤기형님의 표현이다.
대기실에서도 음악 이야기, 공연 후 식당에서도 음악 이야기, 아이폰 이야기, 다시 심야의 커피집에 모여서도 음악 이야기, 연주 이야기.
밴드 생활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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