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6일 토요일

연주중독.


고백하자면, 나는 그냥 클럽 같은 곳에서 매일 밤 연주하는 것이 꿈이었다. 여전히 그렇다.
연주하고 음악 일을 하는 것으로 살고 있으니 절반은 비슷하게 되어진 것일지도 모르지만, 여전히 꿈은 멀다. 연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 비슷할지도 모른다.

지난 밤에는 약속되지 않은 연주를 즐기며 재미있어하기도 했고, 적당히 취한 동료들의 소리를 들으며 흔들거리기도 했다.

모르는 얼굴들, 새로 인사하게 된 친구들 할 것 없이 즐거워하기 위해 모였던 자리였으므로 편안했다. 사람의 얼굴을 잘 기억 못하는 것은 치명적이기도 하지만 인사를 할 때마다 새롭기도 해서 뭐 괜찮은 것이군, 했다. 지난 밤에는, 사이 마다 쉬기도 하고 마시기도 했지만... 일곱 시간 정도는 계속 연주를 한 셈이었다.
무대 위에 맥주와 재떨이만 계속 준비된다면 열 두 시간 정도는 계속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겨우 그 정도로도 사실은 고단했다. 피로하고 지쳐서 그만 많이 자버렸다. 그렇지만 또 전화가 걸려와서 연주하러 나오라고 한다면, 얼른 악기를 들고 나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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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새워 놀았다.


사흘 동안의 공연을 마치고, 거의 이삿짐 수준의 악기와 짐들을 자동차에 나눠 싣고, 꽉꽉 막히고 밀리는 도로를 뚫고 아늑한 클럽에 도착했다.

그리고 새벽 다섯 시 까지 다시 또 연주의 연속. 나로서는 술을 마시고 큰 소리로 대화하는 것 보다 그 편이 훨씬 좋았다. 다시 악기를 챙기고 겉옷을 걸쳐 입고 있을 때가 되어서야 손가락이 많이 아프기 시작한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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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5일 금요일

겨울의 느낌.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땀으로 흠뻑 젖은 옷을 뽀송뽀송한 옷으로 갈아입고,
외투를 뒤집어 쓰고 밖으로 나가 담배를 한 대 물었다.
그 순간의 기분이야말로, The Happi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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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재 중..


공연 직후 '싸인회'.
민우씨는 정성껏 또박 또박 서명하느라 자꾸 결제서류가 밀리고 있었다.
한 분씩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를 하고 이름을 적고 있었는데, 어쩐지 스물스물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 요즘 쉬지 못하였기 때문인지 손목과 손가락들이 많이 아팠다.
다 끝나고 악기를 들고 나왔더니 부쩍 차가와진 바람이 콧속에 슥 들어왔다.

피아노 음악을 듣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며 자동차의 시동을 걸고 아이팟의 셔플을 눌렀더니 Brad Mehldau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강변을 달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내내 Keith Jarret과 Wynton Kelly를 들었다. 운전할 때에도 손가락엔 계속 통증이 사라지지 않았다.
제법 고단하여 하루 정도는 쉬고싶어졌다.
그러나 내일도 공연이다. 
연말 공연을 대비한 엄격한 리허설인 셈인건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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