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18일 화요일

클럽에서.


새벽, 주룩 주룩 비가 내려주고 있다.
아침이 되어도 눈이 부시지 않을 것 같아 좋기만 하다.
오늘 저녁엔 오랜만에 클럽에서 공연을 할 예정이다.
게다가 그 장소는 오랜만에 가보는 곳이다. 이제는 낡고 우중충해져있을 그곳의 입구에 다다르면 뭔가 반가운 것도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공연할 곡들을 대충 연습해보다가 오래 전에 드나들었던 곳들이 생각났다. 비좁은 무대여서 서있을 자리가 없었던 클럽들이 그때엔 더러 있었다. 먼저 드러머가 손님들 사이를 뚫고 들어가 어렵게 심벌들 사이로 몸을 통과시켜 드럼 세트에 앉으면 그제서야 겨우 겨우 콤보 앰프 위에 걸터앉아 엉덩이에 진동을 잔뜩 느끼며 연주해야 했던 눅눅하고 좁아터진 옛날의 클럽들, 카페들을 자주 그리워했다. 앞에 마주보고 앉은 관객과 눈이 마주쳐지는 것이 자주 민망해서 몇 시간 동안 눈을 감고 연주하기도 했었는데... 지금도 어딘가에는 그런 곳들이 남아야 있겠지만, 아직도 그런 곳에서 그렇게 음악을 즐기려하는 청중들은 존재할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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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5일 수요일

닳아버린 사람.


어린 학생 한 명이 카메라를 집어들더니
말없이 셔터를 눌렀었던 모양이었다.

아이들은 천진한데 나는 닳아버렸다.
내 모습을 찍어주는줄도 모르고
오른손을 내밀어 돌려달라고 보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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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보 위의 고양이.


곱게 세탁해놓은 흰 이불보 위에 제일 먼저 뛰어드는 고양이는
당연히 순이.
뒹굴다못해 노래를 부르듯 그르릉거린다.
세제 냄새가 담긴 하얀 이불보를 무척 좋아한다.

순이는 한참을 이불보 위에서 놀다가, 이불보 위에서 잠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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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감이 달렸다.


볕이 좋았던 낮에 집앞의 나무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감을 보았다.
어쩌자고 푸른 하늘을 벽지 삼아 붉게도 매달려 있었는지.
종일 바람은 불고 햇볕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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