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6일 월요일

관제 행사


당연히 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였었지만, 진짜 후졌다.
가짜로 만들어진 개천과 조형물들이 동아일보, 조선일보 건물들과 제법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리허설을 하고 난 뒤에는 그냥 집에 가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런 것을 기획하고 세금을 운용하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밥을 먹고 출퇴근을 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시작부터 끝까지 엉터리인 것들, 수준 이하의 것들 투성이였다. 겁도 없이 내걸어놓은 공연의 제목도 가관이었다.
 '국민가수 페스티발'

무대조명과 음향, 악기의 배치, 진행하는 꼬라지... 그들의 수준을 정말로 인정해줄 수 있었다.
쌈지 페스티발과 같은 곳에서는 아무리 불편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오래여도 즐겁게 할 수 있겠지만 이런 것에는 절대 적응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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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5일 일요일

예쁘지 않은가.


쌈지 페스티발의 후기들을 읽어보니 이런 저런 책망, 질타의 소리들도 보였다.
음향의 문제로 엔지니어들은 비난 섞인 말을 들어야 했고, 불편함을 의도했던 것이 아니었는데도 사람들은 공연을 준비해준 분들을 빈정거리기도 한다. 나름대로 고생했던 분들에게는 섭섭하고 속상한 일이겠지만 다른 쪽으로 생각하면 속상해할 일도 기분 나쁠 일도 아니다.
관객들의 기대치라는 것이 너무 높았다면 그것은 좋은 것이다.

연주 도중에 무대의 가까이에서 눈을 마주치며 웃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옛날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내가 고교생이었던 시절의 이 나라에서는 Rock 공연이라는 것을 특별히 통제되어야할 집회로 여겼었다. 큰 마음 먹고 공연을 보러 먼 길을 걸어 공연장에 도착을 하면, 무대 앞에 전경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던 적도 있었다. 근무중인 경찰복 차림도 아니고, 전투경찰들이 헬멧을 쓰고 방패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무대와 관객들 사이에는 100미터도 더 될 것 처럼 보이는 빈 공간을 억지로 확보하고, 바리케이드도 준비되어있었다. "여길 넘어오면 때린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초조하게 인생을 살아온 것 처럼 보이는 얼굴을 가진 경찰 관리 한 두명이 관객들에게 "줄 맞춰~! 질서를 지켜~!"라고 외치던 장면은 내 기억 속에 아주 오래 남아있다. 그때 그 사람들은 지금쯤 어떻게 늙어 있을까. 우연히 만나기라도 한다면 록페스티벌 한 가운데에 던져 놓고 "춤추지 않으면 때리겠다"라고 해주고 싶다.

불과 이십여년이 지난 지금은 두 번 다시 그런 꼴불견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믿어도 될까.
이런 이야기를 지금의 관객들은 그게 뭐야~라며 웃어버릴테니까, 그것은 다행이다.
아무 망설임 없이 즐거워할 수 있고, 낯선 사람들과 음악에 맞춰 기차놀이를 하고 물을 뿌릴 수 있는 것이 행복하지 않은가. 그러므로 그들이 더 좋은 소리를 원하고 납득할 수 있는 진행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마땅하다. 그리고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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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 1분 전.


어색한 자세로 한참을 기다리는 중에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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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말썽꾸러기


이제 한 살이 된 주제에 온갖 난행,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 막내 고양이.
앞으로 더 심해진다면 얼굴에 다시 뭔가를 씌워 놓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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