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24일 일요일

사냥꾼 샴고양이.


심야에 찾아갔던 식당의 너른 주차장에서, 샴고양이를 만났다.
길에서 샴고양이를 만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
내가 쭈그려 앉아 불러보았더니 샴고양이다운 소리를 내며 졸졸 뛰어와 부비고 그르릉 거렸다.
귀여운 어린 고양이였다. 안아올려 쓰다듬어 주었는데 지저분했지만 나름 그루밍을 많이 한 것으로 보였다.
다른 거리의 고양이들과 어울려 다니는 모양이었다. 살은 포동포동했고 털에도 윤기가 있었다.
사진도 찍고 몇 번을 놀아주다가 담배를 한 대 피우러 잠시 일어났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낮은 자세를 하더니 어두운 나무 밑으로 화살처럼 달려갔다.
그리고 다시 다가오는데.....
....입에, 쥐가 물려있었다.

나는 깜짝 놀랐고, 녀석은 내가 놀라는 것에 놀랐었나보다. 방향을 바꿔 도망가버리고 말았다.
생각해보면 고양이가 사냥을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주며 내가 본 것을 말했지만, 어딘가 의심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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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챗.

지난 주엔 내가 모처럼 잠들었을 때에 전화질을 해서 깨우더니, 오늘은 젖은 솜처럼 지쳐 소파에 파묻혀 자고 싶을 순간에 마침 잘도 알고 불러대었다.
강을 건너 한참 달려야 하는 곳에 살고 있는 옛 친구와 화면을 보며 이야기 하기. 가끔씩이라면 반갑다. 배경으로 보이는 그의 일터는 아무 것도 변하는 것이 없어보인다. 그의 공간에서 얼마나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지금의 내가 모르는 것 처럼, 나의 일상에 대하여 그가 알 수 있는 것도 이제는 참 많이 없다.
혼자 틀어박혀 좋은 음반을 듣는 것으로는 해결이 안되는 일이 있을 때에, 대뜸 불러내어 몇 마디 나눌 수 있다는 것으로도 위안이 되는 나이가 되기는 싫다. 아직은 싫다.

옛 동무, 다음엔 뭔가 즐거운 일을 가지고 불러내주면 좋겠다. 그렇게 하면 잠들기 직전에 깨웠다고 나무라지는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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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23일 토요일

습기 가득한 나무


살고 있는 곳은 가까이에 한강이 흐르는데다가 집 옆에는 강으로 이어지는 큰 냇물이 있다. 여름에 이곳은 습기가 가득하다.

아침, 밤으로 바람이 시원하여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여름을 지냈다. 에어콘을 자주 켜지 않은 탓에 집안 가득 음습할 때가 많았다. 그 덕분에 방 안에 세워둔 악기들도 습기만 흠뻑 먹었다. 최근에는 밴드 연습날을 제외하고는 보름 가까이 플렛리스로 개조한 프레시젼만 들고 다녔었는데 아무리해도 묘하게 틀어진 네크의 상태를 좋게 하기 어려웠다. 습도를 조절하는 것만으로 해결하면 좋을 일이지만 내일 저녁에는 작은 연주가 있다. 고민하다가 처음으로 트러스로드를 돌려 바로잡았다. 분리하여 조금 돌리고 다시 조립하기를 세 번 반복했다. 좋은 상태가 되어줬다.

아이팟


무려 5년여 동안 사용하고 있는 구형 아이팟. 
아내의 것도 내 것과 같은 모델이었다. 연애하는 사람들은 별의별 실없는 것을 가지고도 키득거리고 반가와한다. 그 정도 까지는 아니었지만 아내와 나도 처음 만났을 때에 어,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네... 와 같은 말을 주고 받았었다. 
나는 수 년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저것을 지닌채 돌아다녔다. 낯선 곳에서 이어폰을 쥔 채 음악을 고르고 있었거나,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와 책상 위에 저것을 놓으며 큰 숨을 쉬었다거나 하는 행적이 묻어있다. 그래서 두 개의 아이팟은 두 사람이 만나기 전의 생활에 대한 냄새가 배어있다고 생각했다. 때도 묻고 흠집도 많이 났다.

아내는 가볍고 얇은 아이팟 터치만 들고 다니고 있어서 스피커 옆에는 항상 저렇게 두 개가 놓여지게 되었다. 마치 쟤들도 어쩌다가 결국 만나서 같이 살게 된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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