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21일 월요일

눈 내리던 아침.


이른 아침에 선잠을 깨었더니 가는 눈가루가 불고 있었다.
하늘이 흐릿하여 기분이 좋아져서 오랜만에 창문을 열고 방충망도 열었다. 고양이들을 위해 일년중 거의 열어본적이 없다.

찬 공기도 기분좋고 살짝 얼어있는 강을 보며 담배를 한 대 피우는 것도 좋았다.
원래는 모래사장으로 테두리를 삼았었을 강가는 해가 바뀔수록 시멘트와 콘크리트로 단단해져간다. 주민들을 위해 이것 저것 만들어 놓고 있다는 취지인가본데, 내버려두면서 주민을 위해줄 묘안을 떠올릴 공무원들은 적어도 경기도에는 없는가보다.
운하 어쩌구를 파헤치기 시작한다는 인간들의 계획이 현실화된다면 지금 보이는 곳도 마구 더럽혀질텐데, 산으로 에워싸인 곳을 찾아 이사를 가버린다면 모를까 그런 꼴을 잠자코 보고 있을 도리는 없을거야, 따위의 생각도 했다.
곧 다시 잠들 수 있을줄 알았더니 꼼지락거리며 컴퓨터를 만지느라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아이팟을 손에 쥔채 다시 잠을 청했다. 어쩐지 이런 날엔 일하러 가기는 몹시 싫고 놀러가고 싶은 마음만 생긴다. 곧 나가야할 시간, 어디로 도망쳐 놀러나갈까. 일이고 뭐고 그만두고 커피나 마시자고, 친구나 꾀어내볼까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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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오는 아침에.


눈 내리던 아침, 흐릿한 빛이 스며들어오는 집안에는 온통 잠든 존재들의 숨소리뿐.
꼬마 수컷 고양이 녀석은 남의 아내와 나란히 쿨쿨 잠들어있었고.


착한 고양이 순이는 혼자 넓은 소파 위에 몸을 웅크린채 자고 있었다.


평화로운 아침, 눈은 마을에 소리없이 쌓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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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18일 금요일

고양이들의 관심.


고양이 순이가 어릴적에 (이 홈페이지의 옛날 글중 어딘가에 있다) 악기를 손질할때만 되면 어찌나 곁에 와서 치근대는지 그 모습이 우스워 나 혼자 재미있어했다.
꼬마 고양이도 악기를 만지고 있을 때엔 언제나 옹알거리며 다가와 관심을 보인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잠깐 졸던 것도 잊고 일어나 사람을 귀찮게 했다.

내 베이스는 이제 완전히 고물처럼 보이게 되고 말았다. 녹슨 곳도 많고 플렛들은 많이 주저 앉았다. 그나마 가끔씩 잘 닦아줘서 깨끗하다. 소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졌다.

꼬맹이 고양이와 함께 투닥거리며 악기손질을 마쳤다.
새 줄을 갈아주고 튕겨보았더니 꼬마 고양이가 더 좋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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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나의 새 음반.



새해의 보나 음반은 라이브 앨범이었다.
3월 10일에 출시된다는 그의 음반 소식에 보나의 팬들은 벌써부터 좋아하고 있다. 보나의 음악을 듣고 좋아는 했지만 조금 덜 팬인 사람들에게는 이상한 일일테다. 이미 발매되었던 음반들에 다 수록되어있는 곡들이 담겨있고, 게다가 프랑스 라디오에서의 음질 좋은 라이브 음원이 이미 유포되어 돌아다니는 덕분에 그들에게는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는 음반 소식일 것이다.
그런데 자칭 리차드 보나의 왕팬으로서의 기대는 다르다. 미리 주문해두고 기다리고 싶어서 열심히 검색해보고 있다.

보나의 밴드는 여러번 구성원의 일부가 변화되어가면서 진화했다. 오래 함께 연주해온 색소폰 주자 Aaron Heick이 나간 자리에 뉴 햄프셔 출신의 트럼펫 연주자 Taylor Haskins가 참여하고 있고, 한동안 기타가 없는 채로 연주해왔던 그의 곁에 브룩쿨린 출신의 기타리스트 John Caban이 함께 하고 있다. 보나의 음악에 걸맞는 동료들이라고 여겨지는 이유는, 그들 모두 다양한 음악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고 손쉽게 카테고리에 넣어두기 어려운 연주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충실한 파트너 Etienne Stadwjick와 타악기 주자 Samuel Torres가 함께 하고 있다.
그들과 함께한 작년 7월의 부다페스트 공연 실황은 분명 최근 보나 밴드의 절정기의 한 순간이었을 것 같다. 그 부다페스트 라이브를 구경했던 사람들의 리뷰를 읽었던 기억도 난다. 재밌었던 것은 '정말 좋았다'라는 말보다 '고마왔어요, 보나'라는 인사들이 많았던 것. 작년의 여름에 그의 밴드는 거의 쉬는 날이 없이 순회공연을 하고 있었다. 일정표만 보고 있자면 너무 빠듯한데다가 이동하는 거리도 제법 멀었어서, 정말 빡빡한 일정이었을 것이다. 그러고보니 뭐 여름뿐이었던 것이 아니라 그들은 일 년 내내 순회공연을 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이 사람 저 음반의 세션도 했었으니 과연 대단하다.
밴드의 멤버가 바뀌지 않았던 동안에도 그는 같은 곡을 똑같이 연주하며 다니지 않았었다. 항상 조금씩 다른 템포, 조금씩 다른 편곡과 진행으로 변화를 주고 있었는데, 그랬던 그가 트럼펫과 기타를 보강한 뒤에 여섯 명의 구성으로, 물이 오를대로 오른 순간의 라이브 음반이라면 틀림없이 신날 것이다.
모두 여덟곡이 담겨있고 보너스로 Ekwa Mwato의 비디오가 들어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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