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21일 월요일

눈이 오는 아침에.


눈 내리던 아침, 흐릿한 빛이 스며들어오는 집안에는 온통 잠든 존재들의 숨소리뿐.
꼬마 수컷 고양이 녀석은 남의 아내와 나란히 쿨쿨 잠들어있었고.


착한 고양이 순이는 혼자 넓은 소파 위에 몸을 웅크린채 자고 있었다.


평화로운 아침, 눈은 마을에 소리없이 쌓이고 있었다.


.

2008년 1월 18일 금요일

고양이들의 관심.


고양이 순이가 어릴적에 (이 홈페이지의 옛날 글중 어딘가에 있다) 악기를 손질할때만 되면 어찌나 곁에 와서 치근대는지 그 모습이 우스워 나 혼자 재미있어했다.
꼬마 고양이도 악기를 만지고 있을 때엔 언제나 옹알거리며 다가와 관심을 보인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잠깐 졸던 것도 잊고 일어나 사람을 귀찮게 했다.

내 베이스는 이제 완전히 고물처럼 보이게 되고 말았다. 녹슨 곳도 많고 플렛들은 많이 주저 앉았다. 그나마 가끔씩 잘 닦아줘서 깨끗하다. 소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졌다.

꼬맹이 고양이와 함께 투닥거리며 악기손질을 마쳤다.
새 줄을 갈아주고 튕겨보았더니 꼬마 고양이가 더 좋아하고 있었다.



.

보나의 새 음반.



새해의 보나 음반은 라이브 앨범이었다.
3월 10일에 출시된다는 그의 음반 소식에 보나의 팬들은 벌써부터 좋아하고 있다. 보나의 음악을 듣고 좋아는 했지만 조금 덜 팬인 사람들에게는 이상한 일일테다. 이미 발매되었던 음반들에 다 수록되어있는 곡들이 담겨있고, 게다가 프랑스 라디오에서의 음질 좋은 라이브 음원이 이미 유포되어 돌아다니는 덕분에 그들에게는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는 음반 소식일 것이다.
그런데 자칭 리차드 보나의 왕팬으로서의 기대는 다르다. 미리 주문해두고 기다리고 싶어서 열심히 검색해보고 있다.

보나의 밴드는 여러번 구성원의 일부가 변화되어가면서 진화했다. 오래 함께 연주해온 색소폰 주자 Aaron Heick이 나간 자리에 뉴 햄프셔 출신의 트럼펫 연주자 Taylor Haskins가 참여하고 있고, 한동안 기타가 없는 채로 연주해왔던 그의 곁에 브룩쿨린 출신의 기타리스트 John Caban이 함께 하고 있다. 보나의 음악에 걸맞는 동료들이라고 여겨지는 이유는, 그들 모두 다양한 음악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고 손쉽게 카테고리에 넣어두기 어려운 연주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충실한 파트너 Etienne Stadwjick와 타악기 주자 Samuel Torres가 함께 하고 있다.
그들과 함께한 작년 7월의 부다페스트 공연 실황은 분명 최근 보나 밴드의 절정기의 한 순간이었을 것 같다. 그 부다페스트 라이브를 구경했던 사람들의 리뷰를 읽었던 기억도 난다. 재밌었던 것은 '정말 좋았다'라는 말보다 '고마왔어요, 보나'라는 인사들이 많았던 것. 작년의 여름에 그의 밴드는 거의 쉬는 날이 없이 순회공연을 하고 있었다. 일정표만 보고 있자면 너무 빠듯한데다가 이동하는 거리도 제법 멀었어서, 정말 빡빡한 일정이었을 것이다. 그러고보니 뭐 여름뿐이었던 것이 아니라 그들은 일 년 내내 순회공연을 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이 사람 저 음반의 세션도 했었으니 과연 대단하다.
밴드의 멤버가 바뀌지 않았던 동안에도 그는 같은 곡을 똑같이 연주하며 다니지 않았었다. 항상 조금씩 다른 템포, 조금씩 다른 편곡과 진행으로 변화를 주고 있었는데, 그랬던 그가 트럼펫과 기타를 보강한 뒤에 여섯 명의 구성으로, 물이 오를대로 오른 순간의 라이브 음반이라면 틀림없이 신날 것이다.
모두 여덟곡이 담겨있고 보너스로 Ekwa Mwato의 비디오가 들어있다고 한다.

.

2008년 1월 13일 일요일

순이의 응석.


우습게도, 다른 고양이들과 함께 있을 때엔 점점 더 말도 없어지고, 장난도 하지 않고 뭔가 나이든체하며 거닐더니, 다른 녀석들이 모두 잠들어있을 때엔 내 곁에 다가와서 응석을 피운다.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그르릉 거리더니 무릎 위에 올라와 한참을 앉았다가 어깨에 올라와 자기를 태우고 이리 저리 걸어주기를 채근했다.

별로 배고픈 것 같지 않은데도 밥을 달라고 끄응대기도 하고 물그릇에 신선한 물이 담겨있는데도 괜히 내 컵에 고개를 박고 커피를 몇 모금 훔쳐갔다. 이윽고 순이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근처에 앉아서 계속 쳐다보며 그르르릉 거리고 있는 중에, 어느덧 나도 느슨한 느낌으로 되어버려 졸음이 밀려왔다.

내 고양이 순이. 몇 년 사이 식구가 많아져서인지, 나와 둘만 남으면 응석을 부리는 일이 잦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