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9일 수요일

동물 친구들.

워낙 동물들을 좋아하는 나와 아내는 어디에 가든지 동물 친구들과 쉽게 친해진다.

나는 어릴적부터 개들과 금세 친해지고 조금 더럽다거나 몸집이 크고 사납더라도 덥썩 덥썩 안고 뒹굴곤 했었다.  아내의 경우에는 아마도 나의 정도를 넘어선 것 같다. 이성을 잃는다고 해도 좋을만큼 동물들을 만나면 좋아서 만지고 볼을 부비는 바람에 걱정될 때가 많다.

내 경우엔 한번도 개에 물려본 적이 없고 고양이에게 할큄을 당해보지 않아서 두려움이 없는 것일 수도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아내를 옆에서 지켜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어서, 틀림없이 어릴적에 이상한 여자아이였음에 틀림없다, 라는 심증이 있다. 그는 어릴적 개에게 심하게 물려본 적도 있었다고 하고, 고양이에게 할퀴어 얼굴에 상처를 입은적도 있었다. 그런데도 동물만 만나면 껴안고 손을 내민다. 길에서 만나는 개와 고양이들이 더럽건 못생겼건간에 그에게는 모두 '데려와 함께 살고 싶은' 존재인 모양이다. 왜 그렇게 동물들을 좋아하는걸까, 라고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이런 대답을 했었다.

'사람보다 좋잖아.'
그건 그렇다.

얼마전 제 자식의 손을 잡고 길을 걷다가 어미 고양이와 함께 지나가고 있던 새끼 고양이를 발로 차버린 인간의 이야기를 읽게 되었었다. 머리를 심하게 다쳤고 귀가 찢겨 나갔던 그 새끼 고양이를 그 자리에서 거두어 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하고 정성껏 살려낸 분의 블로그를 구경하느라 외출 시간에 늦고 말았었다. 그 고양이의 최근 모습을 보니 건강하고 예쁘게도 자라있었다.
작은 동물에게 폭력을 사용하는 인간들은 여럿 보아왔었다. 대부분 열등감이 가득한 바탕 위에 비열한 계산벽이 엿보이는 성격이었다. 나는 맹수 우리 안에 그들을 넣어놓고 커피나 한 잔 마시며 그들이 천천히 찢기고 짖이겨 다져지는 걸 구경하면 재미있겠다는 상상을 해본적이 있다.
몇 달 전 사람들을 모아놓고 그 앞에서 새끼돼지를 묶어 네 부분으로 찢어죽였다는 여주 이천 지역의 어르신들 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 그 사건으로 몇 분들이 푼돈의 벌금형을 받았다던데, 실례가 되는 말이겠지만 그런 경우엔 벌금은 됐고, 그냥 몇 군데를 찢거나 잘라내는 형벌이 적용되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어차피 인권이란 차별적으로 적용되어도 좋다고 하는, 그분들의 신념과도 잘 맞는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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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6일 일요일

자코 공원


플로리다의 오클랜드 파크는 샌프란시스코의 어느 항구마을이다. 자코가 태어나 어린시절을 보냈던 곳이었다.
그가 불행하게 세상을 떠난지 20년이 되었다. 오클랜드 파크는 오랜 회의와 검토를 거쳐 마을의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Jaco Pastorius Park. (지명이므로 사실은 자코 공원이라고 말하면 안될지도 모른다.)
유투브에 올려져있는 오클랜드 파크 주민들의 공청회와 회의장의 모습들을 보면 흐뭇한 장면들을 구경할 수 있다. 물론 그들에게도 관광수익이라든가 지역의 이득과 손실에 대한 논의가 있었겠지만, 자코 파스토리우스 공원에 찬성하는 서포터들의 의견발표장면들은 짐짓 순수한 음악팬 주민들의 커밍아웃 모임처럼 보였다. 재즈맨으로 살아온 남편의 이야기와 함께 고장의 음악인들이 자코의 음악 덕분에 얼마나 행복하게 살아오고 있는지, 버버리 코스트를 틀어놓고 평결의회의 책상 앞에서 어깨를 들썩이고 그의 음악이 마을 사람들과 미국인들과 세계의 다른 음악팬들에게 얼마나 감동을 주었었는지를 말하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들은, 단지 재즈 영웅 한 사람을 기려서 자기 동네를 위해 뭔가 해먹고자하는 저의가 아니라는 것을 얘기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정말 행복해했고 자랑스러워했다.

플로리다 오클랜드 파크 호텔은 이름을 바꾸지 않아도 될테지만, 이제 오클랜드 파크는 자코 파크가 되었다. 그 마을에 대하여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지만, 언젠가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쪽 동네의 어느 오래된 마을에는 일해공원이라는 것을 만들었던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되어먹지 않은 인간도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세상이 (다시) 되자, 그 공원의 이름을 반대했던 사람들을 엿먹이려하는 분들이 판을 치고 있다는 소식이다. 공원은 원래 그들의 의도대로 전두환을 찬양하도록 되어질지도 모르는 일이 되었다. 나는 일개 베이스 연주자였던 자코가 불행하게 죽은 것이 안타깝고, 대통령이라는 것을 해먹었던 학살자가 아직도 살아있는 것이 역겹다. 역사도 정의도 없는 동네에 좋은 음악이며 예술이 있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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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는 졸고 있었다.


순이는 악기 곁에서 졸고 있다.
나는 쓰는 일이 뜻대로 안되어 머리속이 엉킨듯 하더니, 그만 잠시 엎드려 졸고 말았다.

저녁에, 학생들의 단체학습 - 앙상블 수업을 마치고 다음 약속시간이 빠듯하여 서둘러 주차장에 나왔다. 문득 아이팟을 지하연습실에 두고 온 것을 깨닫고, 시동을 걸어둔채로 뛰어 올라가 열쇠를 빌려 지하로 뛰어내려갔다. 허둥지둥, 이중으로 되어있는 쇠문을 열고 닫으며 물건을 찾아서, 다시 2층으로 뛰어가 열쇠를 돌려드리고,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차문을 열고 자동차에 올라타려다, 이번엔 케이블을 두고 나온 것이 생각났다.

다시 뛰어올라가 열쇠를 빌려서 뛰어내려가 문을 두 개 열고 케이블을 챙겨들고 또 뛰어가서 열쇠를 돌려주고... 헉헉거리며 주차장으로 돌아왔더니 몸이 더워졌다. 출발한 후에는 결국 복사해뒀던 악보를 몇 장 잃어버린 것을 알게되었다. 나는 기운이 빠졌다. 클러치를 밟다가 통증을 느껴서, 그제서야 아직 다 낫지 않은 발목으로 계단을 뛰어다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자꾸만 기억력은 떨어지고, 언제나 물건을 잃어버리고, 나빠지는 머리때문에 손과 발이 고생을 하는 것이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글을 쓰거나 단순한 문장들을 옮기는 일도 쉽게 망쳐버린다. 쓰고 나서 확인해보면 문장도 안되고, 윗줄과 아랫줄의 내용이 연결도 되지 않는다. 무의식의 흐름도 아니고 원... 분열증에 가까운 상태다. 악보를 그릴때엔 어디에 넋을 놓고 있는 것인지 높은음자리표에는 베이스를 그리고 낮은음자리표에는 멜로디를 그린 적도 있다. 허무한 실수의 반복으로 시간을 잡아먹은후 비로소 뭔가 시작하려고 하면 진이 빠지고 머리속은 텅 비어버린다.

순이는 여전히 곁에서 불편하게 졸고 있다.
내가 일찍 잠을 잤으면 순이도 편한 자리에서 몸을 펴고 잘 자고 있었을 것이다.
고양이에게 미안하고, 언제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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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5일 토요일

아는 사람들.


언제 만나도 편안한 친구가 있고 그렇지 않은 친구도 있기 마련이다.
나는 술주정뱅이도 알고 밤낮없이 읽기만 하는 책벌레도 안다. 형제를 끔찍이 위하는 친구도 알고 오직 잇속을 챙기느라 인간관계 따위는 팽개치고 사는 친구도 안다. 아는 사람들이 모두 멋있는 친구들과 예쁘장한 언니들일 수는 절대로 없겠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사람들과 알고 지내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사느라고 서로 바쁘다가 마침 시간을 내어 만났던 친구와는 반갑기만 했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물러서 냄새를 풍기는 존재도 있기 마련이다. 그저 인사 정도 나누었으면 제 할일이나 하러 자리에 돌아가주면 좋으련만 쉬지 않고 다가와 참견을 하고 말을 건네는 바람에 기분이 상하기 직전이었다. 이것은 나의 이상한 결벽일 수도 있고, 그저 나의 됨됨이가 이 정도밖에 안되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싫은 인간이라는 것은 존재한다.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기도 싫은 사람과 알고 지낸다는 것은 곤란할 때가 있다.

약간의 두통이 있었는데, 맥주를 마시고 수다를 떨었더니 더 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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