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23일 일요일
2006년 4월 22일 토요일
내 고양이, 순이.
고양이 순이.
내가 혼자 살 때에 나는 말을 하지 않고 지냈다. 외출할 일이 있어도 혼자 다니니까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누군가에게서 전화가 오면 나는 말을 더듬기도 했다. 나는 내가 하려는 말을 머리 속에서 문장으로 떠올린 다음 그것을 소리내어 읽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 집에서 내가 말을 하는 유일한 시간은 고양이를 부를 때이다. 내가, "순이야" 라고 이름을 부르면 창가에 앉아있던 순이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조금의 낭비도 없는 동작으로 나에게 다가와 덥썩 안긴다. 내가 작은 소리로 두 팔에 안겨있는 순이를 한 번 더 부르면 고양이는 주둥이를 곱게 모아 소리를 내며 대답한 뒤에 내 어깨를 앞발로 꼭 움켜쥐며 그르릉 소리를 내곤 한다.
아침 일곱시. 일어나보니 침대 곁에 순이가 없었다. 이름을 부르기 전에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러 집안을 돌아다녔는데 고양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 나는 "순이야"를 반복하며 이 방 저 방으로 고양이를 찾아다니다가, 베란다 창문 블라인드 아래에서 햇빛에 비친 고양이의 실루엣을 보았다. 살금 살금 다가가 블라인드 틈을 살짝 열고 내려다 보았더니, 순이가 장난스런 눈빛을 하고 나를 올려다 보며 길게 "야-옹" 소리를 내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 사진을 찍고 끌어안아 어깨 위에 고양이를 태운채 커피를 내리러 주방으로 갔다.
.
비디오만 보았다.
하드디스크에 담아 두고 시간 많을때에 보려했던 비디오들.
오늘은 새벽 내내 가능한 '스탠다드'에 가까운 것들을 듣고 싶어서 감잎차를 잔뜩 끓여두고 몇 시간을 감상했다.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
조 헨더슨, 스탠리 클락, 칙 코리아, 빌 에반스 트리오, 다이아나 크롤을 구경하고, 팻 메스니 트리오를 봤다.
팻 메스니의 것은 두 편의 비디오였는데, 30여년 전의 라이브와 몇 년 전의 트리오 투어였다.
맨 처음 내가 친구로부터 알게되어 Bright Size Life를 듣게 되었던 이후 벌써 15년이 흘렀는데, 팻 메스니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대단하기만 하다.
날이 새도록 대가들의 연주를 '편안히' 구경했다.
이런 비디오들을 보고 난 뒤의 나쁜점이라면, 연습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싶고... 아침운동도 다 귀찮고, 조금 우울하여 잠도 잘 수 없다.
.
2006년 4월 20일 목요일
꼰대
친구사이라는 것을 어렵게 여기지 않는 사람이 하는 일은 떼를 쓰는 것이다.
삼십여년을 알아온, 가장 오래된 친구녀석이 돼먹지 않은 꼰대로 되어지고 있는 것은 최악이었다.
무례한 언행을 일삼으면서 가책이 없고 빈약한 감각으로 남을 폄하하기를 즐기는 것을 이 나이가 되어서도 친구라며 감싸고 돌 수 없다. 그렇게 한다면 내가 더 돼먹지 않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무례함을 덮어주고 비열한 짓을 눈감아주는 것이 우정이라면 그건 똥이다.
그래서 졸지에 친구는 똥이 되고 말았다. 다음 날, 다른 밤이 되면 또 다른 이들에게 엉겨붙어 술과 고기를 먹고 도로위에 달라붙을, 그는 똥이 되었다.
술에 취해 친구의 가게 마룻바닥에 침을 배앝는 녀석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역시 가책도 부끄러움도 없는 것은 술을 핑계삼은 못된 응석이다. 이만하면 충분했다, 라고 생각하고 웃옷을 들고 돌아서 나왔다. 녀석은 당연히 내가 태워다줄것으로 알고 주차장 앞에서 나를 기다렸다가 뒷자리의 차문을 열으려했다.
난 돈 오천원을 주며 택시를 타라고 해주고 집에 와버렸다.
피드 구독하기:
글 (At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