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1월 14일 월요일

새 줄.


매일 많이 치고 있으니까 별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보름에 한 세트씩 베이스줄을 교환한다는 것은 정말 많은 비용이 든다.
어떤 사람은 일 년 동안 베이스줄을 세탁하고 끓여서 사용했다며 자랑을 했었다.
그것이 자랑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오래된 줄에서만 들을 수 있는 소리라는 것도 있으니까 남의 일에 뭐라고 할 일은 아니다. 음정이 맞지 않게 되었는데도 계속 쓰고 있는 것을 보면 소리 때문일 것 같지는 않지만.

줄값이 비싸다고 투덜대고 있으면서도 악기에 새 줄을 감는 기분은 정말 좋다.
악기를 손질하고 튜닝을 했다.
끊어낸 낡은 줄을 잘 감아 치우려고 했는데 고양이 순이가 그 무거운 쇠줄을 물고 던지며 놀기 시작했다.
순이는 치아가 센 편이 아닌데, 다칠까봐 걱정했다. 무엇보다 낡은 줄은 많이 더럽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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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13일 일요일

고양이 순이.


고양이 순이가 아침 인사를 하며 다가오다가 기지개를 폈다.
기지개를 피고 있다가 아침 인사를 하며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나도 잠이 덜 깬 채로 다가가 꼭 안아줬다.

내가 밖에서 뭘 하고 돌아다니는지 얘는 알지 못할 것이다.
내가 없는 동안에 고양이 순이는 집안에서 혼자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나도 알 수가 없다.
자주 집을 오래 비워서 항상 그것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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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10일 목요일

죽는 사람들.


하루의 절반을 이어폰을 귀에 꽂은채로, 어떤날에는 코앞에 스테레오를 끌어당겨 안은채로 많은 시간을 그들의 음악에 취해있었다. 그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적이 있었다.
설명하기 쉽지 않은, 나에게 기쁨을 줬던 사람들이 해마다 세상을 떠나고 있다. 조 헨더슨도 죽었고, 지미 스미스도 죽었고, 레이 찰스도 죽었다.
지난 달에는 셜리 혼이 일흔 한 살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마이클 브레커는 혈액암으로 투병중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매일 죽고 있구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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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미운 고양이


나는 자주 낮에 잠을 자야하는 경우가 있다.
고양이에게는 너무 넓은 침대가, 나에겐 조금 좁은 침대가 방안에 있다.
밤을 새우고 나면 어서 이불 속으로 들어가 잠들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세수를 하고 보니 고양이 순이가 그 사이에 침대를 차지하고 누워있었다.


귀엽기도 하고 안스럽기도 한 감정은 매일 똑같다.
집을 비운 동안 고양이 순이가 심심해하고 외로와할 것을 생각하면 항상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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