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25일 월요일

아침에.

거의 한 시간도 못자고 다시 일어나 부산을 떨며 나가려는데,
내 고양이는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자리를 옮겨가며 졸고 있었다.

연주를 더 많이 하고 싶다.


벌써 연말. 마지막 날까지 열심히 달려야할 일주일을 남겨놓고는 있지만 그래도 연말.
올해엔 첫날부터 연주를 시작해서 참 부지런히도 돌아다녔다.

부디 그런 밥벌이용 시간메우기 식의 연주들 말고, 새해엔 초긴장상태로 365일을 살아도 좋으니 더 좋은 공연들만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배가 고파졌다.


밖에서 누군가가 뭘 좀 먹자고 말해줄때엔,
배탈이 나지 않은 이상 얼싸 좋구나 하고 꼭 먹고 들어오기로 했다.
아까 밖에 있을 때에는 입맛이 없길래 안 먹고 말았다.

새벽에 집에 돌아오자마자 허기가 느껴졌다. 오늘 밤은 그냥 참고 잠을 자려고 했다.
자기 전에 동생의 블로그에 들렀다가 그만 조카 녀석의 국수먹는 장면을 보고 말았다.
그 뒤로 계속 배에서 복잡한 소리가 나고 있다.
너무나 배가 고파졌다.

2006년 12월 23일 토요일

노래

오래도록 연주곡만 즐겨 듣느라 자주 잊고 살기는 하지만, 역시 노랫말이 담긴 좋은 노래 한 곡을 듣고 있을 때가 좋다.

아주 아주 오래 전 어린 시절에 친구의 작은 방에 둘이 앉아서 밤 깊도록 음악을 들었었다. 그 해 가을이던가 '기타가 있는 수필'을 들으며 딴엔 깊은 생각에 골몰했던 때도 있었다.
이 노래, '내방을 흰색으로 칠해주오'를 듣고 있을 때의 느낌은 지금도 생생하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흥얼거리면서 뭘 안답시고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했었는데, 사실은 그때나 지금이나 그 노랫말의 속내를 다 알 수 없어서 뭔가 뿌연 느낌이 그대로 있었다. 모호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을 이해할 수 없어했다.

이번 연말공연때에 이 노래를 연주하게 되었다. 연습 첫날 매니저님으로부터 이 노래가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구나, 그랬었구나. 죽은이의 말일 수도 죽어가는 이의 말일수도 있는 노래였군. 결국은 살아있는 이의 말이겠지만.
이제서야 무엇인가 뿌옇던 것이 치워져버렸다. 20여년이 지나서야 이 노래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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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을 흰색으로 칠해주오
작은 장미 꽃송이와 함께
저녁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릇소리는
초인종으로 달아주오
천정엔 하늘과 구름 그리고 바람
추억을 담은 단지도 예쁜것으로 해주오

시간의 고동소리 이제 멈추면
모든 내 방에 구석들은 아늑해지고
비로소 텅빈 가슴 꼭 껴안아
한없이 편안해지네
돌덩이가 된 내 슬픔이 내려 앉으면
꽃이 되어 버렸다고 말들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