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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3일 월요일

산꼭대기에서 연주를 했다.


신불산 간월재에서 연주를 하고 왔다.
리허설을 하기 위해 하루, 공연을 하기 위해 하루를 보내고 왔다.
억새가 가득한 아름다운 능선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산을 오르고 있었다. 산악 자전거들도 많이 보였다.


이곳은 5년 전에 인공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을 두고 반대의 의견이 많았던 장소였다.
능선에 올라가 보니 이미 매점과 휴게소와 전망을 볼 수 있는 데크가 다 지어져 있었다.
당시 시민단체가 반대했던 이유가 기억 났다. 아름다운 능선이 인공 시설물들로 망가질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나는 그 주장이 옳았다고 생각했다.


산꼭대기에서 음악을 연주하고 공연을 구경하는 일은 근사한 일이다. 그렇지만 그런 일을 사업으로 삼아 아름다운 능선의 고요와 스산한 바람소리를 어지럽혀야 할 이유는 없다. 구조물들이 없었고 등산객이 적었던 시절의 간월재는 지금의 모습 보다 더 아름다왔을 것이다. 나는 직업을 핑계로 그곳에서 잔뜩 소음을 내어버리고 온 것 같아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내 탓은 아니지 않느냐고 하기에는 가슴 속이 떳떳하지 못했다.
이런 것은 하지 않을 수록 좋다. 지역 발전을 위한 사업을 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우선 철학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아마 우리의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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