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27일 금요일

밀양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오기로 하고 일찌감치 집에서 출발했다. 두 시간 쯤 달리고 있을 때에 도로정체 구간을 만났다. 짐작했던 대로 사고가 났던 것이었다. 오십여 분 달리지 못하고 있는 동안 내비게이션이 예측해주는 도착 시간도 정확하게 오십 분 뒤로 미루어지고 있었다. 일찍 나오길 잘 했다, 라고 생각했다. 긴 정체구간을 빠져나올 때에 보았더니 터널 안에서 사고가 난 대형 차량을 쉽게 견인하지 못하고 있었다.

약속 시각 한 시간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리허설 전까지 혼자 소리를 좀 내어보고 싶었지만 다섯 시간 운전을 하고 났더니 어깨와 허리가 뻣뻣해져 있었다. 대기실에 있는 낮고 긴 의자에 누워 스트레칭을 했다. 월요일부터 집에서 연습할 때 쓰고 있었던 Moollon 재즈 베이스를 가지고 갔다. 겨우내 습도 조절을 잘 했던 덕분에 상태가 좋았고 소리도 좋았다.

리허설을 하고 차에서 누워 쉬다가, 대기실에서 도시락을 먹고 다시 차에서 눈을 붙였다. 공연을 시작할 때엔 가벼운 몸이 되어 여유롭게 연주할 수 있었다. 두 시간이 금세 지나간 것처럼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상주 부근에서 또 정체구간을 만났다. 이번에도 추돌 사고였다. 응급차와 견인차가 지나가고 사고 현장엔 경찰과 구급대원들이 분주하게 일을 해주고 있었다. 주의력을 잃고 무심하게 다니면 안되겠구나, 생각했다. 그 때문에 환기가 되었던 것인지 졸지 않고 집까지 잘 올 수 있었다. 오늘 하루 아홉 시간 운전했다. 집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의자에 앉자마자 갑자기 피로가 밀려왔다. 그제서야 긴장이 풀렸던 모양이다.
밀양으로 가는 중엔 애플뮤직에서 갓 나온 Jon Anderson의 앨범을 들었다. 나는 이번에 처음 들었는데, 알고보니 2011년에 출시했던 것을 다시 낸 모양이다. 귀가 중엔 Bill Evans와 Stan Getz 의 라이브 앨범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