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9일 일요일

남한산성 아트홀 공연

 

알람을 맞춰 놓으나 마나, 두 시간 일찍 일어나서 집안 일을 하다가 약속 시간 한 시간 전에 집에서 출발했다. 집에서 가까운 장소였고 삼십여분 걸리는 거리였다. 운전하는 도중에 이대표님으로 부터 언제 도착할 예정인지 묻는 전화를 받았다. "혹시 다른 분들이 이미 다 오셨나요"라고 물었다. 그렇다는 대답을 들으며 서로 웃었다. 계산했던대로 리허설 시간 삼십분 전에 공연장에 도착했지만, 나 혼자 지각을 한 셈이 되었다.

오전까지는 비가 내리고 있어서 차분하고 고요한 기분이었는데 오후부터는 햇빛이 내리 쬐었다. 어쩐지 아침부터 눈이 침침한 것처럼 느껴져서 안경을 쓰고 공연을 했다. 가까운 거리여서 운전을 조금만 했기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안경을 쓰고 연주한 덕분이었는지, 두 시간 십오분 연주를 마친 후에 조금도 피곤하지 않았다. 최근 몇 달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제부터 안경을 쓰고 연주하기로 했다.

지난 주에 대구에서 공연하는 중에 바닥에 붙여진 셋리스트를 읽을 수 없어 눈을 찌푸리고 애를 썼었다. 이번엔 안경 덕분에 눈이 편해져서 다른 감각기관까지 잘 작동했던 것이었을까, 모든 소리가 섬세하게 잘 들렸다. 오육년 전에 갑자기 운전하는 데에 너무 몸이 지치고 힘들어졌었다. 그것이 시력이 나빠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한참 동안 힘들어하며 다녔었다. 그러다가 안경을 사서 쓰기 시작했더니 다시 운전하기가 수월해졌었다. 나는 어쩌면 이렇게도 둔한걸까, 했었다. 이제와서, 할 수 없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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