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15일 목요일

눈이 내렸다

 



지난 밤에 바람이 습하더니 아침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도로는 미끄러웠고 눈은 하루 종일 날리듯 내렸다. 날씨가 잘 어울리는 날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일찍 출발하여 주유소에 들러 연료를 가득 채웠다. 워셔액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주유소에서 워셔액을 사려고 했는데 망설이다가 사지 않았다. 차에서 잠시 내려 후드를 열고 닫는 것이 귀찮았기 때문이었다.
하루에 마시는 커피 양을 많이 줄였다. 일부러 집에서 커피를 내리지 않고, 그대신 빈 텀블러를 들고 나왔다. 새벽에 모로코와 프랑스가 벌인 월드컵 4강전 경기를 보느라 잠이 조금 모자랐다. 커피는 학교에 도착하여 로비에 있는 커피집에서 샀다. 그 커피가게 커피는 맛있었다. 그동안 고맙게 잘 마셨습니다, 라고 마음 속으로 인사했다. 텀블러 뚜껑을 열어 커피를 식히면서 눈이 쌓이는 모습을 구경했다.
집에 돌아올 땐 워셔액이 바닥나버려서 조금 고생스러웠다. 어제 주문했던 만년필이 도착해있다는 소식에 즐거운 마음으로 눈길을 달려왔다.

2022년 12월 8일 목요일

생일 케이크

 


아내의 생일이었다. 나는 어제 집에 돌아오는 길에 생일 케이크를 샀다. 지나다니면서 봐두었던 '베이커리 카페'들이 팔당대교 부근에 몇 군데 있었다. 빵이라는 말도 외래어인데... 강을 따라 주욱 베이커리 카페들만 있었다. 빵카페는 없었다. 그 중 한 군데에 들렀더니 하루 전에 주문을 하면 케이크를 살 수 있다고 했다. 다른 곳엔 케이크로 보이는 것이 있긴 했지만 너무 단 것들로 만들어져서, 한 입 베어 먹는 즉시 신장의 부신 시스템에 이상이 생길 것 같았다. 날은 저물었고 동네는 가까와져서 할 수 없이 어떤 빵집에서 케이크를 샀다. 불매운동이 계속 중이어서 빵집엔 손님이 없었다.

아침에 아내와 함께 미역국과 케이크와 샐러드를 먹었다. 이상하게 보이긴 했겠지만 꽤 조화로운 조합이었다. 물론 나만 그렇게 먹었고 아내는 밥과 국을 먹었다. 나가기 전에 볕이 드는 곳에서 고롱거리며 자고있던 고양이 짤이를 쓰다듬었더니 두 앞발로 내 손을 살며시 잡고 핥아주었다. 시계를 보며 고양이들을 어루만져주다가 집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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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7일 수요일

한 해를 마치는 공연

 


화요일에 올해의 마지막 공연을 했다. 2019년에 이곳에서 송년 공연을 한 뒤에 판데믹 두 해 동안 하지 못했다가 이번에 다시 연주할 수 있었다.

악기를 두 개 가져가서 리허설을 해보고 한 개만 사용하기로 했다. 패시브 악기의 네크 상태가 약간 안좋았기 때문이었다. 자동차에 악기를 다시 가져다 두고 오는 나를 함께 갔던 아내가 이상하게 보는 것 같았다. 쓰지도 않을 것을 무겁게 왜 들고 온 건가, 했는가 보다.

연주를 하지 못하고 지냈던 기간이 그렇게 길어질줄은 몰랐었다. 다시 공연을 하러 한 해 동안 여러 지역을 다니는 일은 피로했지만 힘들게 여겨지지 않았다. 리허설을 하면서 우리가 특별하지도 않은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대수로운 일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두 시간 공연을 마치고 아내와 함께 집에 돌아올 때에 어딘가 정신이 멍해져서 두 번이나 길을 잘못 들었다.

2022년 11월 26일 토요일

광주에 다녀왔다

 


광주 5・18 기념문화센터에서 공연을 했다. 왕복 여덟 시간 운전하는 일이, 이젠 솔직히 힘이 들었다. 리허설을 마친 뒤에 자동차 안에서 삼십분 동안 얕은 잠을 잤다. 짧은 휴식이었지만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 함께 갔던 아내는 그곳에 전시 중이었던 사진전을 보고 주변의 거리를 산책하기도 했다. 나는 도로와 공연장 대기실 외에는 아무 기억도 나지 않는 하루를 보냈다.


공연은 두 시간을 넘게 이어졌다. 나는 공연의 절반 동안은 높은 의자에 앉아서  연주했다. 의자가 준비되었던 덕분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 덜 힘들어할 수 있었다.

부친의 입원과 수술을 위해 병실에서 이틀 밤을 새웠던 이후, 집에 돌아와 제대로 잠을 못 자고 있었다. 고약한 꿈을 꾸고 깨어나 다시 잠들지 못한 적이 많았다. 스트레스에 취약하여 몸이 힘든 것인지 체력이 부족하여 스트레스를 더 심하게 겪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안정을 취하고 쉬고 싶었다.

공연을 마친 후 곧 출발하여 집에 돌아왔을 때엔 자정이 넘었다. 다음 날 아침에 건강검진이 예약되어 있었기 때문에 물도 마시지 않아야 했다. 완전히 지쳐서 아침까지 잘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다시 나쁜 꿈을 꾸고 새벽에 깨어나버렸다. 건강검진을 하러 가서는 몽롱한 상태로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도 잘 생각이 나지 않는 오전 시간을 보냈다. 내 시력이 전 보다 더 나빠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밤중에 운전하는 일이 유난히 힘들었던 것은 아마도 눈이 더 나빠졌기 때문이었나 보다. 새 안경을 사야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이 달의 일정들이 거의 끝나가고, 이제 곧 십이월이 된다. 한 해가 다 지나갔다. 시간은 점점 더 빠르게 달려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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