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20일 금요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


새벽에, 순이를 쓰다듬고, 안아주고, 십여년 동안 하던대로 어깨 위에 올려태워 집안을 걸어 다니며 말을 해줬다.

나는 고양이의 종양이라는 그것이 더 번지지 않게 해줄 방법은 정말 없을까, 그저 흉수를 없애주고 약을 꾸준히 먹이면 예전처럼 활발하지는 못하더라도 더 오래 함께 있을 수 있지는 않을까... 그런 기대를 해보고 있었다. 그럴 수라도 있으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후에 예약했던 동물병원에 순이를 데리고 다시 갔었다.

그런데 예약이 되어있지 않았다.

담당 의사는 약속시간 한 시간 반이 지나 나타나더니, '알고 있었는데, 예약하신 것을 제가 전달을 못해서... 그런데 저는 알고 있었어요'라는 말을 했다. 그건 됐다, 나는 고양이의 건강상태를 아는 것이 급했다.

기가 막히는 것은, 순이가 한 달 시한부라는 말을 듣는 일이었다.

새로 방사선 사진을 찍은 것을 들여다보았다. 크게 좋아지지 않았다.

나는 지난 며칠 동안 검색해볼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뒤져서 읽어보았다. 이 진단 그대로라면 가망이 없는 것이 맞았다. 그런데 의문이 생기는 것들이 보였다. 이 의사 분의 진단은 유선종양이 폐로 전이되었고, 림프종이 이미 온몸에 번지기 시작했으며, 복막염으로 의심되는 증상이 흉수와 관계있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이 완벽한 검사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복막염 키트검사 결과는 음성으로 나왔고, 혈액검사의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나왔다. 폐의 흉수도 내가 찾아보았던 사진들과 비교하면 심각한 단계의 것이 아니었다.

완벽한 치료를 바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이 병원은 줄곧 아무 것도 손 쓸 방법이 없으니, '맛있는 것이나 많이 먹이세요'라고 하고 있었다.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한채로, 점점 순이의 상태가 나빠지다가 결국 죽어갈 것을 예상하며 구경만 해야 한다는 것은 억울하다. 아내에게 도움을 청할 여유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인터넷의 번역기를 사용하여 일본어 자료를 뒤져 읽었다. 영어로 된 논문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지금 병원에서 해줬던 이야기들이 맞을 수도 있지만, 모두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고양이를 오래 진료한 경험이 있는 수의사 선생님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2016년 5월 19일 목요일

블루스 연주.

살롱 노마드에서 J-Brothers의 공연을 했다.


작고 아담한 장소는 마음에 들었는데 연주시간이 짧아서 아쉬웠다.

2016년 5월 18일 수요일

정신차려야지.


순이가 종일 아파했다. 많이 잤고 조금 먹는다.

나는 잠을 완전히 설쳤고, 아침에 아내를 태워다주고 돌아와 다시 잠들지 못했다.

한 시간 자고 깨어나 레슨하러 갔다가 블루스 합주를 다녀왔다. 온몸에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다시 집에 와서 순이를 빗겨주고 안아줬다. 순이는 잠시 좋아하다가 다시 침대 위에서 길게 누워 잔다. 사료를 물에 불려 먹이고, 약을 캡슐에 담아 먹였다. 오늘은 어제 보다 편해 보인다.

아내와 짧은 대화를 나눴다. 순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아내는 종일 밖에서 겪어야 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사는 일이 너무 어렵다.

낮에 바깥의 날씨는 맑고 쾌청했다. 무더운 봄날이었다.

나는 따뜻한 봄볕을 기쁘게 쬐고 있지 못했다.

순이는 이제 잘 돌아다니려 하지 않는다. 계속 누워 있고, 많이 잔다.

그래도 아내가 사료를 물에 불려 떠먹여 주면 어느 정도 받아 먹었다. 새벽에는 불현듯 자리에서 일어나 물그릇을 핥고 물을 마셨다. 나는 깜박 잠이 들었다가 일어나서 고양이 화장실을 살피고, 그것을 청소해주고, 잠든 아내의 방문을 조용히 닫고, 순이를 데리고 거실 바닥에 나와 앉았다. 언제나 그 시간이면 집안 곳곳을 참견하며 돌아 다니던 고양이 순이는 슬그머니 걸어가 다시 구석 자리를 찾아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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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달에, 나는 열 두 살이 된 순이가 아픈데 없이 잘 지내고 있어서 참 좋다는 내용의 글을 블로그에 적어놓았었다.

나는 왜 이 모양인 인간일까.

고양이 순이는 당연히 나에게 특별하다.

잠든 순이 곁에 다가가 잠시 누웠을 때에, 순이는 한쪽 팔을 뻗어 내 얼굴을 만졌다. 따뜻한 앞발을 내 입술에 대고 꾹 누르며 다시 잠을 자기 시작했다. 이 고양이가 한 살 때 부터 그렇게 해왔던 습관이었다.

그래, 고양이는 죽는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고양이들과 함께 살면서 그들을 떠나보내는 일은 사람의 몫이다.

그런 것 알겠는데도, 나는 약해 빠졌기 때문에, 지금은 뭘 하다가도 저절로 눈물이 나곤 한다.

어제 레슨을 하러 갔을 때에 나는 내 손톱이 길어져 있는 것을 알고 한숨을 쉬었다. 오늘 합주를 하러 갔을 때에는 첫 곡의 연주가 낯설었었다.

정신 차려야지.

2016년 5월 16일 월요일

내 고양이, 순이.


11:00 AM


고양이 순이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왔다.

배에 만져지던 것은 아무래도 종양인 것 같다고 하고 폐에 물이 차 있다고 했다. 초음파 검사를 위해 세 시간 째 기다리는 중.


11:00PM


순이는 암에 걸렸다.

그 말은 꼭 감기에 걸렸다, 리고 말할 때 처럼 가볍게 여겨졌다. 종양을 가졌다, 라고 말해야 그 사실이 와닿는다.

의사선생님의 설명으로는 고양이 순이의 몸에는 유선종양과 그것에서 전이된 것으로 보이는 림프종양이 이미 퍼져있었다. 방사선 촬영 사진으로 한쪽 폐가 가득 찰 정도의 흉수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병원에서 그 흉수의 작은 일부를 뽑아냈다. 100밀리리터 정도라고 의사가 말해줬다. 내 눈으로 보기엔 그 보다 더 많은 양으로 보였다.

수의사의 소견은 더 이상의 치료가 의미 없다는 것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순이를 안고 계속 쓰다듬어줬다. 키트검사에서는 음성이 나왔지만 복막염 증상을 보이고 있어서 다른 고양이들에게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아내는 순이를 격리하고 다른 고양이들을 보살피기 위해 집안을 청소하고 화장실을 소독했다.

나는 죄책감이 많이 든다.

순이가 아픈 것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중성화수술을 너무 늦게 해줬던 것이 모든 병의 시작이었을 것이다. 그 후에는 미리 병원에 가지 않아 고양이의 암을 키우고 말았다. 아내가 이야기를 꺼냈을 때에 순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았어야 했다. 그 즈음 에기가 갑자기 쓰러진 후 오래 아팠고, 에기가 조금이라도 나으면 순이를 검진 받도록 하자고 생각했다. 지난 해에 에기가 세상을 떠났다. 그 후에라도 순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어야 했는데, 미루고 게으름을 피우다가 이렇게 되었다.

지금 고양이 순이는 내 곁에서 오래 그르릉 소리를 내고 있다. 머리를 쓰다듬고 입을 맞춰줬기 때문만은 아니다. 고양이는 아파서 그르릉 거리기도 한다. 자주 호흡하는 것을 힘들어 한다. 흉수를 일부 빼내어서 조금 편할 것이라고 의사는 말했었다. 그런데 병원을 다녀와서 더 아파한다. 어쩌면, 지난 몇 주 동안 계속 순이는 아파했을 것이다. 오늘 순이의 몸 상태를 알게되고 나서야 고양이가 아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 나는 이렇게 모든 분야에서 자격이 없는 건가.

순이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나는 순이에게 무엇을 제대로 해준 것이 없다. 나에게 특별한 고양이인데도. 미안한 마음 때문에 나는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