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3일 화요일

일요일 산책.


지난 밤 장거리 고속도로 운전으로 (다른 곳은 다 멀쩡한데) 무릎에 탈이 났었다.
구부리면 아픈 증상인데 네 시간 씩 이틀 연속 운전을 하는 바람에 낫고 있던 것이 다시 약간 아프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 천천히 스트레칭을 하고 의자에 앉았다. 오늘은 일이 없으니 게으름을 피우며 잠을 많이 자두고 싶었다.
아내가 만들어준 최소한 동북아시아에서는 제일 맛있을지도 모르는 스파게티를 먹었다.
이제부터 축 늘어져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무렵 재근형으로 부터 문자메세지가 왔다.

'원식아, 날씨가 좋다. 나는 강 건너에 와있다.'
'지금 나갈게요.' 라고, 답장을 보내드렸다.

그래서 약 15km 떨어진 강건너의 강변카페에 도착했다.
카페의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물기를 닦으며 나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왕복 30km의 거리였지만 돌아올 때엔 어쩐지 무릎의 통증이 많이 없어진 느낌이어서 괜히 집을 지나쳐 삼십분 정도 더 달렸다. 조심하겠다는 생각을 잠시 잊고 속력을 내다가 정신차리고 다시 천천히.

집에 돌아와 잠깐 멍해져 있었다.


.

2012년 10월 21일 일요일

진주에 다녀왔다.

토요일에 진주에서 공연을 하고 한 시간 전에 집에 왔다.
지금은 새벽 두 시 오십 분.

금요일 저녁, 진주로 떠나기 몇 시간 전에도 재활을 위해 자전거를 탔다. 조금 따뜻한 날씨였어서 오랜만에 땀을 흠뻑 흘렸다. 개운해진 기분으로 집에 돌아와 두 시간을 잤다.

지방도로를 달리다보니 가보지 않았던 곳에도 들러보게 되었다.

일몰을 보며 집에 왔다. 떠날 준비를 마친 것은 밤 아홉 시.
자동차에는 아직도 여덟 개의 기타들과 페달보드들이 잔뜩 실려있었다. 밤길을 달려서 진주에 도착했다. 예약해둔 숙소에서 푹 자고 싶었는데 어쩐지 잠을 이루지 못하여 고생을 했다.

토요일 아침 아홉시에 호텔에서 나왔다. 진주의 중앙시장 안에 있는 제일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맛있는 국밥을 한 그릇 먹으니 그제서야 잠이 쏟아졌다.
밥을 먹고 호텔로 돌아와 한 시간을 잤다.
리허설을 위해 이동하던 오후에는 하면옥에 들러 진주냉면을 맛보았다.

나는 어릴적에 이것을 먹어본 적이 있었다. 잊고 있다가 음식을 먹기 시작했을 때에 기억이 났다.

공연장은 옛 진주성 안에 있는 진주국립박물관이었다.
리허설 시간에 맞춰 도착하느라 인근 커피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조금 미리 와서 박물관 구경을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도착해서야 했다. 냉면집은 검색하여 찾아다닐줄 알면서 이런 것에는 무심했다니.
남강이 굽어 흐르는 주변 풍경이나 겨우 마음에 담아왔다.
정작 필요할 때에는 사진을 찍어둘 생각도 못한다.
오랜만에 진주에서 살고 있는 손정일을 만났다. 반갑게 인사하며 사진 한 장 찍어둘 것을.

해외의 리뷰에서 좋은 평을 받고 있길래 평소에 궁금해 했던 SVT-7 PRO를 만났다. 과연 좋았다.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앰프였다.

서늘해지는 밤공기를 맡으며 공연을 마쳤다. 커피 한 잔 더 마실 시간도 없이 짐을 챙겨 싣고 다시 집으로 출발해야했다. 고속도로를 쉬지 않고 달려 집에 도착했다.

이제 시월도 열흘 남았다.



.

2012년 10월 19일 금요일

하늘 푸르다.


많이 잤다.
아침에 일어났다가 다시 더 잤다.
어제는 몸이 좋지 않은 것을 숨쉴 때 마다 자각하게 될 정도의 상태였다.
잘 자고 일어났더니 고양이들이 몸을 부비며 인사를 해줬다.

음향업체의 창고에 보관중이었던 악기들을 찾아왔다.
창문을 열어두고 운전을 하고 있었는데 점점 온기가 사라지고 있는 바람 냄새를 맡았다.



오후에 시간이 났다.
그리고 아직 해가 지려면 멀었다.
물리치료를 받으러 갈 것인가 자전거를 탈 것인가를 고민했다.
햇빛은 인자하게 빛나고 있었다.
고민할 필요가 뭐가 있나, 하고는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넣고 집을 나섰다.
엿새 만에 타보는 자전거.

가는 길에도 맞바람, 오는 길에도 맞바람이었다.
그늘진 도로에서는 추위를 느꼈다.
자동차가 지나다니는 국도로 달리고 있었다. 다녀보지 않았던 길이었기도 하고 무릎에 무리를 주고 싶지 않아서 느릿 느릿 산보하듯 달렸다.
친구들과 선배들의 조언대로 기어를 가볍게 해두고 회전수를 적당히 늘리는 방법으로 요령껏 달렸다.

어느 마을에 멈춰서서 잠시 쉴 곳을 찾았다. 바람도 피하고 의자도 준비되어 있는 버스 정류장에 털썩 앉았다.
아직 여름용 옷과 신발이어서 서늘함이 많이 느껴졌다.
겨우 한 해 만에 맡아보는 가을향기인데 무척 새로왔다.
기껏 피어있던 꽃들은 강바람 들바람을 얻어 맞으며 그럭 저럭 버텨내고 있었다.


.

2012년 10월 18일 목요일

조용한 강변.

조용했다.
여름에 사람들로 붐비던 강가의 길이 비어있었다.
해가 질 무렵이 아니었다면 한참 더 앉아있고 싶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