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4일 금요일

바깥 구경.


고양이들이 창문틀에 올라가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다.
습기가 가득한 겨울날의 오후, 꼬물거리는 지상은 그들에게 어떤 재미가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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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 배우기.

나는 그들에게 불친절한 선생일 것이다.

그들을 소비자로서 간주할 때에, 나는 언제나 내가 부실한 상품은 아닌지 반성해 본다.
가끔은 이들처럼 진지한 소비자들이 있어서 나는 더 자주 자신을 되돌아본다. 이 친구들은 무엇이든 흡수가 빠르다. 그리고 단지 일러주는대로만 하지 않는다. 이런 친구들에게 음악은 그들의 인생에 중요한 어떤 부분이 될 것이 틀림없다. 적당히 게으르고, 적당히 열심이며,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고 하려고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혼자 배울줄 안다.

악기를 하나 배워볼까 하는데, 어떨까요, 라고 하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주로 지금까지 악기를 해본 적 없는 분들의 질문이다. 부실한 선생으로서는 궁색한 대답만 해드리게 된다.
그런데 악기를 가르치고 있는 사람으로서 말하지 않는다면 몇 가지의 말을 해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악기에 취미를 가져볼까, 라고 생각을 하여 한 가지의 악기를 선택하게 되었다면, 일단은 자리에 앉아 어떤 음악에 취미를 가져볼 것인지를 고려해는 것이 좋을 수 있다. 이런 말은 자칫, 음악도 잘 모르면서 무슨 악기를 배우시려는건가요, 라는 뜻으로 오해될 여지는 있다. 그렇지만 이것이 순서가 되어야 맞다, 라고 생각한다. 우선은 자신이 좋아하는 취향의 음악이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어느 누구에게라도 근사치의 답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음악을 들어야하는 것이다. 음악을 들으며 정말 스스로 즐거워하고 있는지, 저런 소리를 나도 꼭 내보고 싶다는 갈증이 생기는지에 대한 물음이 먼저가 된다면, 악기를 선택하는 것과 악기 배우기를 시작하는 일은 결심할 필요 없이 이루어지게 된다.

악기의 연주를 취미로 하는 분들이 전부 그래야만 한다는 주장은 아니다. 왜냐면 원래의 취미활동에 따르는 부속의 의미로서, 도구로서 악기를 다루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음악을 워낙 좋아해서 악기를 시작하는 분들도 있을테고, 어쩌다가 악기 다루기를 배우다보니 음악을 좋아하게 되어가는 분들도 있을테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림에 취미가 없는데 그림 그리기를 배운다는 것이 답답한 일인 것 처럼 악기도 마찬가지이다.

만일 베이스라는 악기를 시작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분이 계신다면, 우선 지금 현재 듣고 즐거워하는 음악에서 베이스 소리에 귀기울여 보시길 바란다. 몇 번을 들어도 질리지 않고 무척이나 흥미롭다고 하면 악기를 시작하는데에 큰 도움이 되실 것이다. 경험상 이런 분들은, 표현이 경박하기 이를데 없지만, 마치 늦바람을 피우는 것처럼 음악에 매진하게 된다. 연세 지긋하신 몇 분이 생각나는데, 그 분들은 결국 어른들의 밴드를 만들어 지금도 연습실에서 즐겁게 연주하고 가끔은 공연도 하고 계신다. 그런 장면을 보면 흐뭇하고 부러울 때도 있다.


어떤 음악을 들어야하나요, 라는 질문도 받는다. 나는 항상 그런 것은 없어요, 라고 대답해드린다.
즐거워한다면, 들어야하고 듣고 싶어지는 음악은 세상에 흘러 넘친다. 평생을 모아도 채워질 수 없는 것이 음반이고 음악이니까. 게다가 음악에 대한 과잉정보들은 이제 (어쩌면) 실제 음악보다도 더 많다.
악기를 배워볼까, 라고 생각하고 계신 분들은 우선 오늘 오후에 레코드점에 들러보시면 어떨까. 그곳에 세상의 모든 교재들이 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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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3일 목요일

말썽꾸러기.


정말 지독하게, 몸을 불살라서 놀기를 즐기는 꼬마 고양이 녀석 때문에 집안의 여러가지가 온통 엉망이다. 그렇다고 무슨 사고를 저질러서 집안 물건들이 못쓰게 되어버렸다던가... 그런 정도는 아니지만, 너무나 신경이 쓰인다.

세워둔 악기들을 가로질러 뛰어다닐 때엔 가슴이 철렁할 때도 있다. 기타 한 개 넘어져봤자 수리하면 그만이지만, 만일 넘어진 기타에 고양이가 맞기라도 한다면 큰일이다. 미친듯이 뛰고 정신없이 놀고, 모든 일이 즐겁고 매순간이 활기찬 녀석이어서, 보고 있으면 물론 귀여웁고 즐거웁다. 하지만 나도 따라서 미칠 것 같을 때가 자주 있다. 조금 전에는 아내의 컴퓨터 위에 온몸을 던져 뛰어내리기를 두 번 연속... 결국 밖으로 쫓겨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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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 구입.


수 년 만에, 프린터를 새로 구입했다. 사용중이었던 프린터는 결국 수명을 다했다. 기괴한 기계 소리를 끝으로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았다. 수리하면 사용할 수 있겠지만, 수리와 유지비를 계산하면 새것을 구입하는 편이 더 낫겠다는 심사였다.

새 프린터를 사와서 책상에 올려놓았더니, 고양이 순이가 올라가 자세를 잡고 앉았다. 마음에 드는 자리가 새로 생겼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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