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7일 금요일

여름은 지났다.


에어콘을 켜기 시작했더니 멈출 수 없었던 여름이었다.
이제 다 지났나보다.
집에 돌아오던 밤길엔 쌀쌀한 밤안개에 추위를 느꼈다.
밀리고 막히는 도로 위에서는 자주 졸음이 쏟아졌다.
레슨실에서 악기를 쥔 손에 경련이라도 날듯이 집중하는 학생을 보고 기운을 차렸다.
아이팟을 잊고 집을 나섰던 바람에 긴 운전시간동안 아무 음악도 듣지 못했다. FM에서는 음악을 틀지 못하도록 법이 바뀌었는줄 알았다. 발음도 언어도 목소리도 말투도 이상한 사람들이 마이크와 전파를 차지하고 앉아있었다.
내일의 공연에서 연주할 곡들 중 두어 개가 외워지지 않는다. 약간의 두통이 시작되었다.
꿈을 많이 꾸고 그것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집안에서 덜렁대다가 발목 부근을 다쳤다. 그냥 아픈가보다 했더니 찢어지고 부어올랐다.
밖에서는 말이 적어지고 집에 돌아오면 수다가 늘었다.
연말의 선거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생겼다. 그러나 그들의 사회인식 정치의식이란 순진무구하다. 아니면, 어리석다.
내일 모레의 공연을 위해 플렛없는 악기의 줄을 갈아끼우려다가 그만두었다. 생각해보니 조금 낡은 줄에서 나오는 둔탁한 소리가 필요했다.
내일은 새로 지어진 공연장에서의 연주이지만 모레의 것은 야외에서의 공연. 부디 비가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올여름 내내 아무 문제없이 좋은 상태를 유지했던 악기들인데 망가지게 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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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6일 목요일

순이의 기행.


순이가 하지 않던 행동을 자주 보이고 있다.
그것이 귀엽긴 한데, 어쩌면 스트레스를 받고 있거나 자신의 어떤 상태를 알리고 싶어서는 아닌가 하여 마음이 쓰였다.

오늘은 가능한 좁은 곳에 몸을 끼워 맞춰보는 행동을 여러번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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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즐겁게.


오랜만에 밴드멤버들과의 연습을 했고 내일 공연을 준비했다.
사진은 올해 초봄의 어느 공연장 대기실에서의 한 장면이었다.
당시 나는 감기가 심했었다.

지나왔던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모두 웃고 즐거워하면서 공연을 준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낄낄거리며 재밌게 연습했다고 해도 좋은 소리를 얻는 일이 드물었다. 조금만 더 충족된다면 좋겠다고 하는 불만을 언제나 입속에서 웅얼거리고는 있지만 나의 어제들을 돌아보자면 지금의 것은 많이 즐거워진 공연인 셈이다.
악기를 가방에 다시 담고 멤버들과 인사를 나누고 집에 돌아올때에는 언제나 머리 속이 '쏟아진 가방 속 처럼' 복잡하다. 이 시점에서 뭔가 더 무섭게 좋은 음악을 하고 싶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즐거워하고 있는 지금이라는 것이 쓸모없는 자기만족일 뿐이 될텐데. 웃고 떠들며 즐거워하는 것은 좋지만 웃고 즐기기 위해서만 연주하는 것은 아니니까. 오래도록 체한채로 지내는 것처럼 풀어내지 못하고 있는 답답함이 마음에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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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5일 수요일

벌써 가을인가.


밤 시간이 조금 쌀쌀해졌다.
고양이 순이와 쿠로가 나란히 잠든 것 같더니, 조금 후에는 서로 등을 대고 쿨쿨 잠들어있었다.

쫓고 도망다니고 으르릉거리며 싸우기도 하지만 알고 보면 친한 사이인가보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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