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17일 금요일

손님 고양이.

고양이 손님 한 분이 놀러오셨다.
이 분은 뭔가 의상을 갖춰입고 와주셔서 어쩐지 대접을 정중히 해드려야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덩치도 꽤 크다.
그런데 너무 수줍어하기도 하고, 자신의 대외적 이미지에 대해서는 무신경하시다.
한참 동안 어둠속에 숨어서 주변을 관찰하더니 순이가 끊임없이 귀찮게 하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밝은 곳으로 나왔다. 사실은 호기심을 못이겨서 그랬을 것이다.

턱시도 고양이 쿠로와 당분간 함께 지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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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15일 수요일

순이는 잠이 덜 깨었다.


아침에 소란한 알람소리에 자고 있던 고양이들과 사람들이 일제히 눈을 떴다.
커피를 내릴 물을 끓이고 창문 곁에서 하늘을 구경하다가 다시 방에 들어갔더니 고양이 순이는 아직도 잠이 덜 깨어서 비몽사몽인 상태였다.
조그맣게 음악을 틀어두었더니 성가시다는 듯 다시 이불 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아무 것도 아닌 어느날의 아침이었지만 나는 이런 순간이 훗날에는 오래 기억해둘만한 좋은 기억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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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순이의 잠자리.


순이는 그동안 언제나 내 곁에서 함께 잤다.
내가 깨어있으면 순이는 졸리운 것을 견디면서도 내 곁에 다가와 함께 있었다.

함께 사는 고양이와 사람엄마가 생긴 이후, 순이는 어찌해야 좋을지 몰랐었나보다. 어느 곳에 자리를 잡고 앉거나 누워도 만족스럽지 않은 표정을 하고 있기도 했다.
이불을 세탁하고 새것으로 바꿔놓았다. 고양이 순이는 멀리서 달려와 제일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누워버렸다. 그러더니 그곳을 떠나지 않고 그대로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보니 유진의 다리를 조금씩 밀어내며 자신의 공간을 확보해두고 있었다.

순이는 며칠 비바람이 조금 불었다고 계속 이불을 찾고 있었다.
조용히 잠들어있는 식구들을 다시 깨우지 않기 위해 살짝 방문을 닫고, 나는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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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나는 기본적으로 컴퓨터 게임은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플레이 스테이션이니 엑스박스니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여전히 컴퓨터 게임이니 게임기계에는 흥미가 없거나 흥미를 가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었다.무엇인가에 사로잡히면 악기연습을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무엇에 몰두하면 다른 일을 하나도 제대로 못한다.
이번에 유진이 가지고 싶어했어서 덜컥 두 개를 구입했다.

그러나 고작 하고 있는 짓은 영어삼매경 정도. 가끔씩 둘이서 할 수 있는 게임 정도일 뿐이다. 아직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많이 없었다. 닌텐도에서 할 수 있는 미디프로그램도 있다고 하는데 역시 국내에서는 구할 수 없다.

게임이란 문학이다. 기술적으로 잘 만들어져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게임이란 인간의 예술적 환상의 구현일지도 모른다.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은 전염되고 전이된다. 언젠가는 마리오와 루이지가 아브라함이나 베오울프처럼 여겨질지도 모른다.
마리오는 성을 향해 힘껏 뛰고 달리며 다치고 멍들어도 해맑게 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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