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5일 화요일

겨울 맞이 목욕.


이틀 전에 집에 돌아오면서 오늘은 고양이를 씻겨야겠다고 생각했었다가, 귀가 후에 내가 목욕을 하고 나니 모든게 귀찮아져서 그냥 침대에 누워 자려고 했었다.
그런데 잠이 들 무렵 갑자기 욕실에서 풍덩하는 물소리가 나더니 순이의 비명이 들리는 것이었다. 두 번 세 번 큰 소리로 야옹거리고 물에서 버둥거리는 소리가 들렸을때야 나는 위급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욕실로 달려갔다.

변기에 빠진 것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욕실의 불을 켜고 보니 고양이는 내가 욕조에 받아놓았던 물에 빠져서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었다. 너무 난감해하고 불쾌해하는 표정으로, 도움을 청한다기 보다는 원망하거나 수치심의 표현처럼 들리는 목소리로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 모양이 얼마나 우스웠는지 나는 물에서 꺼내주는 것도 잊고 그만 킬킬 웃고 말았다. 순이는 내가 꽤 얄미웠나보다.

그 바람에 결국 새벽시간, 갑자기 고양이를 목욕시키는 일을 벌이게 되었다. 순이는 목욕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번엔 항의를 하는건지 심술이 난 것인지 유난히 많이 투덜거렸다.


2006년 11월 29일 수요일

밤 마다 연주를 했다.


연주를 하고 있는 동안만 괜찮다.
도로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지루했다.


2006년 11월 27일 월요일

추워져서 책을 읽었다.

추천받았던 몇 편의 단편을 읽었다. 박형서씨의 논쟁의 기술은 재미있었다. 구효서의 명두, 김세라의 얼굴, 박혜상의 새들이 서있다, 정미경의 시그널레드들도 잘 읽혀져서 좋았다. 이젠 누군가가 넌지시 일러주지 않으면 읽을만한 것들을 잘 찾아내지도 못하게 된 모양이다.
50헌장도 읽었다.

몇 사람을 만나고 다시 몇 사람을 보냈다. 몇 주 사이에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신 분, 다른 곳으로 떠난 친구, 불쑥 나타났다가 다시 없어진 친구, 십여년만에 연락을 주고받은 분,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 우연히 만나 반가와했던 분들이 있었다. 

시간이 남아서 억지로 뒹굴어야할 때엔 모두들 작정한듯 연락이 없다가도, 작은 일들로 바빠지고 있으면 역시 모두들 모의라도 한듯 전화가 걸려오곤 했다. 나는 아직도 한번에 몇 가지의 일들을 동시에 할줄을 몰라서 땀을 흘리며 당황해야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합니다, 미안해요', 라고 말하는 것을 반복하다보면 사과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리는 기분이 든다.

2006년 11월 25일 토요일

복잡했던 날에 연주를 했다.



뭐가 그리 길고, 뭐가 그리 피곤하고,
뭐가 그리 복잡하느냐고 핀잔을 들으면서도...
신경쓰이는 일들이 자꾸 떠올라 어지러웠던 하루였다.

이십여일 동안 제대로 잠을 못잤더니 가슴이 답답해서 숨을 내쉬기가 힘들었다.

이렇게 '복잡할 때'에 편한 마음으로 연주하고 있는 순간이 반가왔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황구하와의 연주가 즐거워서 음악이 흐르는 동안 만은 복잡하지 않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