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20일 목요일

비가 그쳤다.


전날 잠을 안잤던 탓에 일찍 잠들었다가, 이른 아침에 일어났다.
장마가 계속되는 동안 집안의 모든 것을 방치해두고 살았더니 水災를 입었던 것처럼 온통 지저분했다.
쓰레기 치우고, 미뤄둔 빨래도 세탁기에 집어넣고, 청소를 했다.
덥지도 습하지도 않고 집안은 말끔해졌다.
커피물을 끓이고 있는데 고양이 순이는 부엌의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뭔가에 흐뭇해하고 있었다.
아마 내가 집안 청소를 하는 것을 보고 기분이 좋아졌던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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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 13일 목요일

기타


몇 년이 지나도록 가지고 싶어하는 것이 있다.
나일론 줄 기타이다.
좋은 통기타를 한 개 가지고 싶어하고 있다.

지난 새벽에 친구의 커피집에 가서 여러 잔의 커피를 얻어 마셨다.
커피는 맛있었고 기타 소리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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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벌써 수 년째, 커피집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커피를 얻어다 먹고 있다.

결코 커피가 떨어진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만나러 나갔던 것은 아니었는데, (진짜다) 이번에도 새로 들어온 커피라며 챙겨줬다. 지금 한 사발을 마시고 있는데 꽤 맛이 좋다.

몇 년째 여러가지의 맛을 봤으니, 이제부턴 돈내고 사먹겠다고 친구에게 말했다. 그 말을 하고 보니 작년에도 나는 그에게 똑같이 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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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 12일 수요일

순이.


고양이는 상처를 입거나 병에 걸려 아프더라도 쉽게 통증을 표현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고양이 녀석이 아프다고 호소할때엔 정말 아픈 정도가 아니라 무지 많이 아픈 상태일때 그렇다.

동네에 외출했다 돌아와서 현관에 들어서는데, 높은 데 올라갔던 녀석이 나를 보고 반가와서 그랬던 것인지 조금 방정맞게 뛰어내리다가 그만 뒷발을 다쳤던 모양이었다. 바닥에 제대로 착지하지 못하고 나뒹굴더니 큰소리로 울며 발을 절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구석으로 몸을 숨겼다. 그런 울음소리는 처음 들었어서 나는 놀라고 말았다.
그게 걱정이 되어 다리를 살펴봤지만, 내가 봐서 뭘 알겠나. 그냥 꾹꾹 눌러보고 관절마다 움직여보고... 심하게 아팠는지 입을 찡그리고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비닐에 얼음을 담아다가 다리를 한참 문질러주고, 그래도 걱정이 되어 한참을 안고 있었다.

몇 시간 지난 후 지금은 아직 높이 뛰어오르지는 못하지만 절룩거리지 않고 잘 걸어다니고 있다. 무릎에 올라와 아양을 떨더니 아예 의자를 통째로 차지하고 누워버렸다. 발톱에 힘을 주고 비켜주질 않는다. 다행이다,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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