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6월 5일 목요일

빅터 베일리의 베이스.


빅터 베일리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1년이 넘도록 분실한 베이스에 대한 광고를 올려두고 있다. 휴스턴 공항에서 분명히 체크를 하고,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도착했는데 베이스가 없어졌다고 했다.

그가 베이스를 되찾을 가능성은 없어보인다. 미국의 국내선 항공사에서는 그런 사고가 흔히 일어난다고 들었다.

오랜 후에 이베이 같은 데에서 저 악기가 나오지는 않을까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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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6월 3일 화요일

창피했다.

불규칙한 생활이 계속되고 있었다.
하루 한 끼 정도 먹고 잠은 계속 못잤다.
뒤엉킨 생활로 날짜를 가늠하지 못했던 날도 있었다.
그 결과를 오늘 제대로 맛봤다.

밤 열 시에 시작해야 하는 일인데, 오후 여섯 시에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알람을 맞춰두고 두 시간만 잔 다음 일어나려고 했었다.
갑자기 벼락을 맞은듯 깜짝 놀라서 깨어났더니 열 시 십 분이었다.

일하러 가야할 곳은 여의도였다.
아무거나 챙겨입고 걸치고 신고 달음질쳤다.
전화를 걸어서 방금 잠에서 깨어나고 말았다는 말을 할 때엔 정말 죽고 싶었다.
열 한시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그곳에 들어섰을 때에 내 얼굴에 한꺼번에 시선들이 꽂혔다.

다행히 그곳 사람들의 배려로 시간이 조정되었고, 한 시간 늦게 시작하여 연주를 마쳤다.
동료들에게 미안하여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정말 창피했다.
오늘 일로 내 생활을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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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5월 16일 금요일

조카.


동생의 아들은 세 살이 조금 안된 나이이다.
지금보다도 더 어릴때부터 내 집에 올때마다, 조카는 내가 베이스를 치고 있는 것을 구경했다.

요즘은 우리집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앰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끊임없이 소리를 내줄 것을 요구한다. 앰프에 연결하지 않으면 짜증도 냈다.
번거롭긴 하지만 앰프에 악기를 연결하고 둥둥둥 베이스를 쳐주기 시작하면 흐뭇한 표정으로 춤을 추다가, 이내 관심없어하며 자기 할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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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5월 15일 목요일

경천 형님.


내 하드디스크에 경천 형님의 사진이 몇 장씩 있는 이유는, 그 연세의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달리 이 형님은 일단 카메라를 들이대면 그 즉시 적당한 자세를 잡고 포즈를 취해주기 때문이다. 촬영한 사진을 꼭 보여달라고 하지도, 인화해서 가져다 달라는 말씀도 없다.
주소록에 쓰일 얼굴 사진만 필요로 했던 것인데, 이 사진을 찍을 때에도 자연스럽게 촬영을 유도하셔서 다 함께 크게 웃었다.
연달아 몇 장을 찍은 다음 내가 카메라를 가방에 넣으려니까, 이렇게 말했다.

"밖에 나가서 더 찍을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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