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3일 월요일

영등포 공연

매일 뉴스를 보고 국회상임위원회 중계를 챙겨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루에 쏟아지는 뉴스를 따라가기에도 벅찼다. 지난 달에 상을 치르고 이달엔 어처구니 없는 시국을 겪다 보니 가만히 앉아 음악을 들을 여유도 없었다. 그래도 쉬지 않고 연습하며 통증을 줄이기 위해 스트레칭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영등포 공연장에 도착하여 한 시간 동안 혼자 사운드 체크를 하고 연습을 했다. 새 베이스의 톤이 낯설어서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멤버들이 모여 리허설을 한 시간 더 하고 이어서 두 시간 짜리 공연을 잘 마쳤다.

규모가 작은 극장이었지만 객석에 사람들이 가득 있었다. 지역 문화재단에서 주최하여 표값이 안 비쌌던 덕분이었을 것이다. 이번엔 내 인이어를 잊지 않고 잘 챙겨 갔다. 좋은 음질로 소리를 들으며 불편하지 않게 연주할 수 있었다. 새 악기는 연주하기 편하고 조금 가벼워서 허리에 부담이 덜 했다. 하지만 결국 리허설부터 공연까지 네 시간 동안 악기를 메고 서 있었더니 공연을 마칠 즈음에는 다시 통증이 심했었다. 나는 공연이 끝난 뒤 극장 직원들이 객석을 마저 정리하기도 전에 악기를 챙겨 메고 주차장으로 갔다. 자동차 시트에 잠시 몸을 눕히고 쉬어야 했다.

토요일마다 일을 하느라 거리의 집회에 한 번도 나가지 못하였다. 사실 일이 없었다고 해도 지금과 같은 체력으로는 아스팔트 위에서 시간을 보내긴 힘들었을 것이다. 내가 공연을 하고 있던 그 시각에 광화문에서는 사람들이 모여 시위를 하고 있었다. 극장 안을 메워준 청중들이 있어서 공연을 잘 할 수 있었던 것도 맞지만, 마음은 광화문 앞에 모여 있는 그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

오늘은 그날 밤부터 만 이틀 동안 남태령에서 벌어졌던 일에 대해 찾아 보고 읽고 있었다. 삼십여 시간 농민의 편에 서서 밤을 새우고 교대를 하며 자리를 지켜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과거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다는 것이 맞다. 그런데 그것이 맞긴 하지만 어쩐지 현상을 심드렁하게 설명하는 데 그치는 것 같기도 하여 부족하다고 느꼈다. 사람들이 남긴 영상과 글을 찾아 보다가 토요일에 우리 공연을 보고 갔던 사람의 글을 읽게 됐다. 그 분은 그날 광화문 집회에 참여했다가 일찌감치 예매했던 공연을 보러 왔었다고 했다. 나는 미안하고 부끄러운 기분이 들어서 잠시 멍하니 앉아 있었다. 지금 이 시절에 이 공동체는 분명히, 젊은 여성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


 

2024년 12월 17일 화요일

새 베이스

 


새로 나온 재즈 베이스를 샀다. 펜더에서 이런 사양을 갖춘 악기가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래 망설이지 않고 구입했다. 프렛보드에 레몬오일을 발라 문질러 닦고 줄을 갈았다. 트러스로드를 조정하고 픽업과 줄 높이를 맞추는 데 오래 걸렸다. 올해 마지막 공연과 다음 달 첫 주 제주도 공연에는 이 악기 한 개만 가지고 갈 생각이다.

2024년 12월 15일 일요일

포항에서.

 

십여일만에 아침에 눈을 뜨고 뉴스를 보는 대신 음악을 틀었다. 아직 긴 과정이 남아있지만 그래도 탄핵 의결로 내란 우두머리의 직무라도 멈추어 놓았으니 다행이다. 오늘은 끝날 때까지 음악만 생각하고, 집에 돌아갈 때에도 음악을 들으며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흐린 하늘에 바람이 불고 주차장엔 낙엽이 쌓여 있었다. 쓸쓸한 늦가을 오후 같았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손을 녹이고 있었다. 여섯 시간 쯤 잤는데 뭔가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어제와 오늘은 다른 세상이었다. 아주 작은 차이이지만.
일부러 혼자 일찍 무대에 가서 한 시간 쯤 사운드 체크를 하고 개인 연습을 했다. 리허설은 이십여분 만에 끝났다. 나는 낯선 장소에서는 잘 자지 못하는 편인데, 지난 밤엔 아주 잘 잤다. 어제 연주할 때에 왼쪽 손목과 오른쪽 두 번째 손가락에 통증이 심했었다. 오늘은 일부러 충분히 손가락을 풀고 손목에 신경 쓰며 연습을 했다. 공연장 안에 있는 커피집에서 커피 한 잔을 더 사서 조금 마시다가, 차 안에 놓아두고 돌아왔다. 더 먹고 싶었지만 공연 중에 화장실에 가야 하는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오늘은 연주하는 데 아무 불편이 없었다. 어제보다 나았고 지난 주와 비교하면 훨씬 좋았다. 아마 한 시간 동안 손을 풀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탄핵이 가결된 이후 오랜만에 푹 자고 일어나 음악을 들었던 덕분이기도 했을 것이다.

두 시간 공연을 마친 후 세 시간 이십 분 운전하여 집에 돌아왔다. 운전하면서 Joe Sample의 1997년 앨범과 Jim Hall 의 1978년도 라이브를 들었다. 음악을 듣고, 연주하고, 음악 관련 기사를 읽어보는 일상이 한참만에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럴 줄 알았지만, 주차할 곳이 없어서 또 빙빙 돌다가 멀리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웠다. 악기들을 차 안에 그대로 둔 채 집에 들어와서 자고 있던 고양이들을 깨워 껴안고 뒹굴었다.



2024년 12월 14일 토요일

탄핵. 공연장에서.

 

호텔 앞 바닷가에서 잠깐 산책을 하고 싶어서 나갔다가 얼른 다시 차로 돌아왔다. 너무 추워했던 이유는 아마 먹은 것이 없어서였을 것이다. 장승포에서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데친 문어와 숭늉을 먹고 몸이 따뜻해졌다.

그러나 산비탈에 있는 공연장도 추웠다.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은 견딜만 했다. 리허설을 마쳤을 때 국회에서는 탄핵소추안 표결을 시작했다. 전화기를 들여다보며 공연장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여의도에 일찍부터 나가 있다고 하는 조카에게는 '탄핵지원금'과 함께 메세지도 보냈다.
그리고 분장실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것을 실황중계로 보았다.

겸손은 힘들다 니트 옷, 아주 좋다.

그리고 공연. 물론 사십여분 연주하는 것이어서 덜 피곤했던 것이었겠지만, 지난 주 무대에서 느꼈던 극심한 피로감은 없었다. 하루 전에 여섯 시간 넘게 운전을 했는데도. 탄핵 가결 소식을 확인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가볍게 공연을 하고, 일곱시 반에 포항으로 출발했다. 내일은 포항에서 두 시간짜리 공연을 할 예정이다.